▲ 30일 서울 여의도 CCMM에서 열린 ‘교단장협 복원을 위한 교단장 회의’ 광경. 기존 교단장협과의 관계 문제 등으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회의는 원점으로 끝났다.

기존 교단장협과 협의 진행키로…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이하 한목협)가 주축이 된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교단장협)’ 복원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불거졌던 기존 교단장협과의 분열 구도가 또 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목협 주축 교단장협은 3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복원을 위한 교단장 회의’를 갖고, 한목협 교단장협의 복원 여부, 대표 선출 문제 등을 논의했다.

당초 이 모임에서는 복원 여부를 확정짓고, 기존 ‘한국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협의회’ 명칭을 ‘한국교회 교단장회의(가칭)로 변경하는 등 정관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검토할 계획이었으나, 참석자 중 일부가 기존 교단장협과의 갈등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가장 기초적인 복원 문제조차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기존 7명의 준비위원을 전권위원으로 변경·위촉하고, 기존 교단장협과의 협의를 진행한 후, 다시 복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백남선 목사(예장 합동 총회장)의 사회로 시작된 회의 초반에는 교단장협 복원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였다.

최성규 목사가 배포된 유인물에 기재된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라는 명칭과 사무총장 등 사무국까지 두도록 한 방만한 조직 구성이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한국교회 교단장회의’로 할 것인지, ‘교단협의회’로 할 것인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을 뿐, 사실상 복원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장 통합피어선 직전 총회장 원종문 목사의 발언이 시작되면서 ‘복원 낙관’ 분위기는 급하게 반전됐다.

원종문 목사는 “이미 복원시킨 교단장협의회가 있다. 당시 실질적으로 큰 교단의 총회장들이 다 모였었다. 복원시키고자 하는 교단장협에서 추진하려는 통일과 대정부 문제 등의 일을 그 곳에서 이미 하고 있다. 현재 북한에 나무를 심는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동참해서 아름답게 참여하면 되는데 구태여 다시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고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원 목사는 또한 “오늘 회의가 열린다는 공문을 어제 전달 받았다”며 “사전에 미리 연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표시했다.

원종문 목사가 이 같은 문제를 거론하자 예장 통합 정영택 총회장은 “그 교단장 모임을 무시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다만 모든 교단이 다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었는가 하는 부분은 오해가 있다. 오늘 모임을 준비위원회나 발족위원회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예장 합동 백남선 총회장은 “그런 모임이 있는 줄 몰랐다. (전임 교단장으로부터) 인수받은 바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정영택 목사는 “교단장협이 잘 출범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기존 교단장협과의 관계 문제 등에 대한 일종의 전권위원을 뽑아 후속 처리를 맡기자”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이 동의, 준비위 7개 교단 대표에게 이를 맡긴 뒤 회의를 마무리했다. 결국 야심차게 준비했던 한목협 주축 교단장협 복원이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이미 예견돼 왔다. 유명무실화 됐던 한목협 주축의 교단장협 복원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0월 7일 한목협 주최로 열렸던 신임교단장 초청 모임에서였다. 이 모임에서는 2009년 활동을 중단한 교단장협을 복원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7개 교단(예장 합동, 예장 통합, 예장 백석, 기감, 기성, 기장, 기하성) 교단장을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문제는 그 당시 이미 불완전하나마 교단장협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해 5월 경, 기감 전용재 감독회장, 예장통합 김동엽 목사, 예장합동 안명환 목사, 기침 김대현 목사 등이 중심이 돼 한국교회교단장협의회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세월호 참사 관련 기도회를 개최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등 대외적인 활동을 펼쳤다. 또한 ‘한국교회가 국민과 함께 하는 5대 범국민운동’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발표한 후, 북한나무심기 캠페인 등을 현재까지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목협 주축 교단장협은 이 단체를 인정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펼쳤다. 지난해 10월 7일 모임 이후 지난 1월 20일 한목협 주최 교단장 신년 모임에서 이러한 결의가 유효함을 재확인했고, 백남선 예장 합동 총회장을 ‘소집책’으로 정했으며, 2월 13일 7개 교단장 모임을 거쳐, 6월 24일 국회의장 초청 주요 교단장 오찬 자리에서 교단장협 복원을 위한 교단장 회의를 모이기로 해 이날 회의가 열리기에 이른 것이다.

따라서 두 개의 교단장협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한다면 마찰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회의에서 한목협 주축 교단장협이 기존의 교단장협과 협의한 후, 교단장협 복원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만약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두 개의 교단장협이 마주 오는 기차처럼 서로의 입장을 고수한 채 난립한다면, 한국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저해하는 일이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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