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에 앙탈부리다
사랑 칠흑에 휩싸이자
닳아버린 혀 자물쇠 채우고
널브러진 수심가 천둥에 왈칵 쏟아
짐짓 하늘 우러러 부르는 찬가

못 된 들짐승에 쫓기다
타락한 천사 빗장 수비 뚫리니
비둘기 둥지 널린 백암산 능선에 올라
가늘게 떨며 임의 옹기 빚을까

 

조금만 더, 세상 좇아 늑장부리다
해 저물어 다가온 자정
망막에 맺힌 첫 영상 님의 발자취 밟는
열 손가락 사이로 흘러든
나팔소리

무시로 욕망 누르던 벼랑
옹골진 뚝심의 샅바 잡고 씨름한 바람 몰아
풀벌레 연주로
아스라이 사라진 샛별 호출하면
별빛만 찰랑이는 천궁(天宮) 닿을까

애젓한 별마루……

▲ 정 재 영 장로
우선 시제 ‘별마루’는 사전에 나오지 않은 단어라서, 일단 시인이 만든 조어라고 추측해 본다. 산마루가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이라는 의미를 차용한다면 별마루는 별들의 가장 높은 곳을 암시한다.

전체의 주된 흐름은 기독인의 새로운 소명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첫 연 ‘부름에 앙탈’부린 일은 주어진 사명을 거절한 모습이다. ‘닳아버린 혀 자물쇠 채우고’라는 말은 그 변명을 중지한다는 의미다. ‘널브러진 수심가 천둥에 왈칵 쏟아/ 짐짓 하늘 우러러 부르는 찬가’는 하늘이 막는 여러 아쉬움을 버리고, 부르심에 순응하는 자세다.

2연에서 ‘못 된 들짐승에 쫒’긴다는 말은 사악한 사람들에게 받은 고난이나 고통들을 말한다. ‘타락한 천사 빗장 수비 뚫리니’ 도 사탄의 사슬에서 문제의 해결됨을 의미한다. ‘비둘기 둥지 널린 백암산 능선에 올라’라는 의미도 성령의 인도를 받은 기도의 장소를 암시 한다. ‘가늘게 떨며 임의 옹기 빚’은 주님의 질그릇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듭남을 말한다.

3연의 ‘세상 쫓아 늑장부리다’ 는 세상이로 부르심에 대한 반응의 시기가 늦어진 것을 말하는 것이며, ‘해 저물어 다가온 자정’은 인생의 노년의 시기를 지시하는 것이다. ‘님의 발자취 밟는/ 열 손가락 사이로 흘러든/ 나팔소리’는 주님의 고난의 사건을 감동적으로 수용하는 부르심에 대한 심리를 읽어낼 수 있다.

4연에서 ‘벼랑’은 인간이 처해진 극한 상황이며, ‘샅바 잡고 씨름한 바람’ 은 야곱의 기도를 연상케 한다. 그런 밤 새워 기도하는 일을 ‘풀벌레 연주로 샛별 호출하’는 말로 변용하였다. 천궁이란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곳을 말하는 것으로, 별들의 꼭대기라는 의미로 별마루라 불렀던 것이다.

예시는 상징어 속에 관념적인 의미를 담아내는 현대시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