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갖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심신의 재충전과 자기계발에 필수적인 요소다. ‘주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주말마다 휴식의 기회는 늘었지만, 그래도 여름휴가는 우리 삶에 있어 특별한 의미이다.

원래 휴가는 학교나 군대, 회사에서 일정한 기간 주어진 일과 과제로부터 단절되는 시간을 뜻한다. 사람들은 일이나 성취에 쉽게 중독되기 때문에 누구나 일로부터의 해독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바람직한 ‘쉼’의 출발이다. 쉼은 그래서 인간이 인간다워지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할 자기점검의 시간인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엿새간 일하고 마지막 날 하루를 안식하신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하나님은 일곱째 날의 쉼을 통해 엿새간 일한 것을 되돌아보면서 기뻐하셨다. 그것은 휴식을 통해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 뒤 갖는 쉼의 가치와 의미를 가르치고 있다.

진정한 쉼은 그래서 휴가철에 맛보는 것이라기보다 일상의 과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누리는데 의미를 둔다. 우리는 쉼을 통해 일의 의미와 목적을 점검하고 일이 진행되는 방향을 조정한다. 또한 쉼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고 어긋난 부분이 있다면 회복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휴가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휴가는 반드시 쉼이 동반되어야 한다.

휴가는 업적이나 결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휴가가 휴가다워지는 것은 오직 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가는 가족이 공동체로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쉼이고, 온 가족이 함께 가야 할 미래를 점검하는 쉼이고, 나아가서는 힘겨운 삶이 있다면 그와 같이 짐을 나누어져야 할 쉼이다. 진정한 쉼은 사실 나보다 누군가를 향한 배려로 더욱 깊어진다.

휴식과 쉼의 필요성이 이러하지만 작금의 어려운 나라 경제를 생각할 때 맘 편히 휴가를 떠나기도 쉽지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일 년에 한번 맘껏 쓰고 즐기자는 소비 위주의 휴가보다 알뜰함과 의미, 두 마리 토기를 잡을 수 있는 색다른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가족 단위의 봉사활동이나 국내 성지순례 혹은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성지순례나 수련회 참석이 진정한 휴식이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쉼과 그 열매는 육신의 휴식보다 영적 휴식에서 비롯되기에 오히려 수많은 인파와 바가지요금, 교통체증을 감수하며 느끼는 일회성 쾌락보다 더 긴요한 휴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이와 함께 자녀들의 방학 기간은 신앙 교육에 적합한 귀중한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휴가가 신앙 재충전의 기회가 되려면 신앙인으로서의 의무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휴가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투자이지 신앙과의 단절을 초래해서는 쉼의 참다운 의미를 살려나가기 어렵다. 전국 피서지 인근 교회들마다 거의 대부분 피서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두고 있다. 뜻만 있다면 얼마든지 신앙생활의 리듬을 잃지 않고 휴가를 보낼 수 있다.

특별히 어려운 경제 위기 속에 휴식은 고사하고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뜻있는 쉼을 찾는 이들에게 영적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다. 올 여름 휴가는 어디서 무얼하며 즐길까 고민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쉼과 보람을 동시에 느끼는 이른바 ‘일석이조’의 휴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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