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모처럼 시간을 내어 ‘암살’이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8.15 광복절을 앞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영화였다. 독립군들의 항일투쟁을 ‘도둑들’이란 영화로 유명한 최동훈 감독식으로 표현한 작품이었다. 전지현, 하정우, 이정재 등 내로라하는 국내 유명배우들이 총출동한 묘미도 있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광복 70주년을 기해 개봉했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잠깐 영화를 살펴보자. 약간의 스포일러가 가미될 수 있지만, 이해해주길 바란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국을 강타한 ‘연평해전’이 보수를 대변하는 영화라면, ‘암살’은 진보를 대변하는 영화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암살’이란 영화 속에는 독립군의 항일투쟁 역사와 함께 친일파의 역사적 행적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영화는 빛바랜 독립군의 사진에서 모티브를 얻어 출발했다.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독립군들이 출정을 앞두고 찍은 사진이다. 사진 속에는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동생, 남편이었을 그들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분명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있었겠지만, 오늘에 와서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켜냈기에 우리가 광복 70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와 반대로 누군가는 일제의 총칼에 굴복해 나라를 팔아먹고 승승장구 했다. 처음에는 독립군이었다가 변절한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이들은 친일행적으로 목숨을 연명했고, 이후에는 철저히 친미주의자로 이 나라의 요직을 차지했다. 나라를 팔아넘긴 친일파의 자손이 오늘날에도 득세하는 것은 이들의 뻔뻔함에 있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이들을 저지하거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이들은 대한민국의 주축 세력이 되어갔다.

심지어 친일행적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은 이들 말고도, 일부 한국교회도 한 몫(?)을 했다. 이들은 일본이 전쟁을 잘 치르도록 전투기와 기관총 대금을 헌납하고, 교회 종까지 떼어다 바치는 일까지 자행했다. 심지어 십계명과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는 신사참배를 버젓이 드리거나, 기독청년들을 선동해 전쟁으로 내모는 일까지 저질렀다. 일부 목회자들의 이러한 행위는 훗날 한국교회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독립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친일행적의 주체였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가 광복 70년을 맞아 평화통일 기도회를 연다는 것은 참으로 뜻 깊다. 다만 어디까지 진심이 담겼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일회성 드러내기식 행사로 끝이 난다면, 전체가 아닌 일부 교회만의 과시용 행사로 진행된다면 한국교회를 향해 쏟아지는 집중포화를 막기 힘들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개인적 욕망을 모두 내려놓고, 한마음으로 평화통일을 외쳐야 한다. 이름도 없이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한국교회가 본받아, 굳이 이름을 드러내지 않아도 평화통일의 주체가 되도록 헌신해야 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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