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가 아합에게 나타날 무렵, 설화자는 아합의 행적을 전하고 있다. 무려 3년이나 가뭄이 계속되자 아합이 궁내대신 오바댜에게 하는 말이다. “그대는 나와 둘이서 전국을 다녀 보자. 어쩌다가 풀이 있는 곳을 만날지도 모르니 모든 샘과 계곡을 샅샅이 뒤져 보자. 어떻게든 말과 노새를 살려야지 그냥 죽일 수는 없지 않겠느냐?”(왕상 18:5) 라고. 백성들은 기갈과 흉년으로 죽어가는 판에 아합의 관심은 오로지 제가 먹을 짐승과 군비확장뿐이었다. 서민들은 등골이 빠지는데, 오로지 부자들과 대기업만 살리려는 위정자들, 나라 안보를 앞세워 제 잇속 챙기려는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죄악의 길만을 고집하는 아합을 만나고 살아남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렇게 살벌한 때 엘리야는 아합의 궁내대신 오바댜에게 “내가 섬기는 만군의 주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오. 나는 오늘 꼭 아합을 만날 것이오”(왕상 18:15)라고 ‘오늘’을 강조한다. 혈기만 앞섰던 처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광야에 나가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스스로를 연단한 결과이다. 저 옛날 모세도 그랬다. 모세는 혈기 충천하여 동족이 당하는 억울함을 풀어주려다 상처만을 입고 미디안 광야에서 도피생활을 했다. 어떤 역경도 피하지 않고 직면할 수 있는 믿음이야말로 불의한 시대에 굴절되지 않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지녀야 할 믿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