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장로교 총회 시즌이 도래했다. 한국교회 다수를 점하는 장로교는 거의 9월 중에 일제히 총회를 개회한다. 장로교의 본류라 할 수 있는 예장 통합과 합동, 기장은 나란히 100회기 총회를 맞는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장로교는 1912년에 총회가 조직되었으나 일제 말 3년간 총회를 열지 못했고 6.25 전쟁 발발로 1년간 지연돼 올해 제 100회 총회를 맞게 된 것이다.

매년 열리는 총회가 100회가 됐다고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 마는 그래도 100회 총회는 뭔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각 교단들마다 이에 부응하는 주제와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다채로운 기념행사까지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총회가 개회되고 나면 첫날은 부총회장을 비롯한 임원선거에 올인 하고 그 다음 날부터는 전쟁판을 방불케 하는 한두 가지 쟁점에 매달리다 끝나는 게 총회의 생리이다.

예장 통합은 연금재단 문제로 곤경에 처해있다. 목회자들이 맡긴 돈을 굴리는 과정에서 대부업체, 카지노업체와의 연관 사실이 일간지에 보도되면서 도덕성과 교단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교회의 갈등과 분쟁으로 속앓이를 해 온 통합 총회가 100회 총회 주제로 정한 “주님, 우리로 화해하게 하소서”에 걸맞게 제반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역사적인 총회로 기록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예장 합동은 몇 년째 총신대 문제로 시끄럽다. 올해도 지난해 제99회 총회 결의를 시행하라는 총회 임원회와 절차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총신대측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일촉즉발의 격돌이 예상된다. 총회 임원회와 총신대 재단이사회와의 대립이 교단을 넘어 사회법정 소송으로 이어지는 양상이어서 총신대 문제 해결 없이는 한국교회 가장 큰 교단의 제100회 총회라는 자부심이 오히려 큰 상처로 남을 수도 있다.

기장은 100회 총회를 앞두고 목사 부총회장이 등록을 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지난 6월 30일까지로 정해진 부총회장 선거 후보 등록기간에 아무도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아 결국 선관위가 후보 재등록 공고를 낸 후에야 권오륜 목사가 단독 출마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기장 총회 역사에 처음으로 부총회장 후보가 기간 내 등록하지 않은 일을 두고 일각에서는 총회 지도부에 대한 불신감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50회기에 이른 대신과 38회기의 백석 두 교단은 9월 14~15일 경기도 화성 라비톨리조트에서 통합총회를 연다. 분열로 점철된 한국교회사에서 이 정도 규모의 교단이 1대1로 통합한 유례가 없고, 성사될 경우 합동, 통합에 버금가는 대형 교단이 탄생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통합에 반대하는 기존 대신측 인사들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교단 간의 통합이 자칫 또 다른 분열의 단초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런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땅에 장로교 간판을 내건 수 백 개의 교단들 중 거의 대부분이 저마다 100회 총회를 가져다 쓰면서 나름 엄청난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큰 교단을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총회 회기의 많고 적음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100회기라는 역사와 전통은 후발 교단의 귀감이 되고 한국교회와 민족사회를 선도하는 견인차 역할을 다할 때 그 가치가 빛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장로교단 대부분이 안고 있는 오늘의 복잡한 속사정은 오히려 그 찬란한 역사와 전통에 누가 될 수 있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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