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해변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세 살 아기 아일란 쿠르디가 전쟁의 참혹함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 사진 한 장이 시리아 난민을 꺼려하던 유럽 각국들로 하여금 저마다 난민들을 받겠다며 앞 다투어 나설 정도로 잠들었던 유럽의 양심을 일깨우고 있다.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은 북아프리카·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이 얼마나 참혹하고 비참한지를 교훈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내전 중에 태어난 쿠르디는 부모와 함께 피난행렬에 나섰다가 터키 휴양지의 한 해변에서 얼굴이 반쯤 모래에 파묻힌 채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아기 엄마와 다섯 살짜리 형의 시신도 근처에서 난파된 배의 잔해와 함께 발견됐다.

유럽 언론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한 이 아이의 사진을 실으면서 분노와 함께 자성의 목소리를 전했다. “이렇게 죽은 시리아 아이의 사진마저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하게 느껴진다”라고 전한 언론들은 한 마디로 전 세계가 침묵한 결과이며 “유럽의 익사”라고 자아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난민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EU 국가들이 신속히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중동·아프리카에서 발생한 내전으로 고국을 탈출한 난민은 35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중 지난 1년간 3천5백여 명이나 비참한 죽음을 당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라도 지중해를 건너는 이유는 오로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함이다. 더 나은 삶의 여건을 위해 불법이주를 감행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살기 위해 온 가족이 목숨을 거는 것이다. 그런데 오로지 생명 유지를 위해 탈출하는 난민들을 이 지경으로 방치하는 것은 문명국가의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국제법이 아니더라도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탈출해 오는 난민에게는 최소한의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이 민주국가의 기본적인 도리이다.

쿠르디의 죽음이 알려진 후 다행히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등 EU 주요국들이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같은 EU국가들 중에서도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은 반대하는 등 의견이 갈리고 있다. EU는 28개 회원국이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하자는 '난민 쿼터제'에 합의했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국가들은 같은 이슬람신도인 난민들의 처지를 외면하며 EU만 바라보고 있다.

세계 최고의 인권국가를 자처하는 미국도 미국 공화당의 대권 주자들마저 나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반인권적 사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칠레와 뉴질랜드까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난민 수용을 수용하겠다고 나서는 마당에 미국이 난민 수용을 꺼리는 이유는 IS등 테러리스트가 끼어서 들어올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옛말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수 십 만 명이 내전을 피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상황에서 자국 안보를 핑계로 인도주의를 외면한다는 것은 미국답지 않다.

낭떠러지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사람이야 죽든 살든 못 본 채, 못들은 채 내 갈 길로 가겠다는 국가이기주의가 계속되는 한 IS같은 반인류 패륜집단은 보란 듯이 미치광이 짓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지구촌 모든 나라가 나서서 선한사마리아인이 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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