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시리아 난민 에이란 쿠르디(3살)가 죽은 채 발견됐다. 한마디로 참담한 모습이다. 테러와 전쟁을 피해 보다 나은 삶을 찾아가는 난민들의 참혹한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의 언론들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쿠르디에게 집중됐다. 누가 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빨간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의 쿠르디 시신은 엎드린 채 얼굴을 모래에 묻는 상태였다. 밀려오는 파도는 쉬지 않고, 그의 시신을 적셨다. 세계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그의 모습은 인도주의적 해시태그와 세계 모든 사람들로부터 공분을 일으켰다. 이들 또한 우리의 이웃이며, 하나님의 피조물이다. 함께 살아가야 한다.

사선을 넘어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그리운 고향을 버리고, 파도를 헤치고 지중해를 건넌 쿠르디의 마지막 모습은, 난민들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서방국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쿠르디는 전쟁과 테러의 사선을 넘어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떠난 시리아 난민들에게 희망을 준 예수였다(?)

이슬람국가(IS)와 쿠르드족과의 잔혹한 전쟁을 피해 가족과 함께 조국과 고향을 떠난 쿠르디는 터키에서 몸을 싣고 그리스 코스섬을 향해 떠났다가 보드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배가 뒤집혀 변을 당했다. 그 형(5살)과 엄마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또 소형보트에 함께 탔던 어린이 5명도 숨졌다.

시리아 난민들의 처참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유럽사회에 알려지면서, 난민들의 입국을 거부하던 서방국가들은 조금씩 문을 열기 시작했다. 유럽의 언론들은 일제히 머리기사로 ‘난민위기의 진정한 비극을 보여준다’(탤레 그레프), ‘난민의 참상이 얼마나 끔찍한지 통절히 느낀다’(가디언), “파도에 실려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는가‘(인더 팬던트), ’유럽의 익사‘(엘문도 등), 영국총리를 겨냥해 ’데이비드 무라도 좀 하세요(허핑턴포스트) 등등의 보도는 난민들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서방국가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전세계의 침묵에 대한 사진’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국제이주기구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된 난민을 35만으로 집계했다. 유럽국가들의 이들에 대한 태도는 한마디로 냉담했다. 그러나 3살 어린이 쿠르디의 참사사건이 유럽 아니,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국가들이 국경을 열었다. 헝가리에서는 열차 탑승을 거부당한 난민 수천명이 서유럽을 향해 도보행진을 펼쳤다.

독일은 올해 80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것은 지난해보다 4배 늘어난 규모이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13조원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 그리고 극우성향의 국민들과 충돌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도 항공기로 난민들을 영국으로 직접 실어 나르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미국 역시 시리아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매우 전향적인 모습이다.

여기에다 서방국가들은 난민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찾고 있다. 시리아인들이 고향을 떠나게 만든 IS를 군사공격으로 제압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IS의 군사공격으로 인해 고난당하는 시리아의 국민들이 평화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왔다.

시리아의 한 소년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고향을 떠나 유럽으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만 전쟁만 멈춰 달라. 시리아 사람들을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 소녀의 말과 같이 누가 고향을 떠나, 아니 조국을 떠나 타국 만리로 피난가고 싶어 하겠는가(?) 진정 이들을 도울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를 세계의 모든 민족은 알고 있다. 이들도 우리의 이웃이기 때문이다. 3살 난 쿠르디의 죽음은 세계 민족의 특히 서방국가의 전쟁과 기아로 고난당하는 시리아 국민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가져다가 주었다. 시리아를 떠나 지중해를 정처 없이 떠다니는 난민들에게 새로운 세상, 아니 새로운 나라를 향한 희망으로 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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