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급격히 고령화되면서 가장 심각하게 떠오르는 문제가 삶의 질의 문제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99세까지 88하게 살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유럽의 복지가 잘된 나라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우리의 복지수준은 늘어난 수명에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그래서 갈수록 정년을 훌쩍 넘겨서도 계속 일하려는 장년 노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아예 정년제를 폐기하는 쪽으로 가고 있고 유럽 대부분의 나라도 정년을 늘려가는 추세이다. 우리 사회도 첨차 정년을 늘려가는 추세이지만 노동시장에서 고용과 임금체계가 유연하지 못해 충돌을 빚고 있다. 경험과 능력을 겸비한 노련한 인재가 어느 날 나이 먹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일을 중단하고 퇴직해야 하는 현실과 대학을 막 졸업한 참신한 젊은이가 더욱 비좁아진 취업문 앞에서 좌절해야만 하는 비극적인 현실은 아무리 노동시장을 개혁한다고 해도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임에 틀림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한 펀드를 제안하며 조금씩 사회적 고통을 분담하자는 뜻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벌써부터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은 과연 청년일자리펀드가 근본적인 노동시장 개혁의 해결책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펀드가 분명 선언적 의미는 있겠지만 국민들에게까지 세금 아닌 세금을 강요하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한국교회의 사정은 어떨까. 지난 두 주간에 집중된 장로교 100회 총회는 각 교단마다 복잡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데 집중됐다. 그중 예장 통합과 대신-백석 총회는 연금재단 개혁과 교단통합이라는 각기 다른 사안이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지만 그 이면에는 목회자 정년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우선 예장 통합은 이번 총회에 정년을 75세로 연장하자는 헌의안이 올라와 그 처리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예장 통합의 경우 지난 2009년과 2013년에도 정년 연장안이 올라왔으나 번번히 부결되었고, 이번에는 목사 뿐 아니라 시무장로의 정년도 동일하게 75세로 하자는 안이 올라와 장로총대들의 표심을 자극했으나 결국 또 부결되었다.

예장 통합 총회에 정년 연장안이 거듭 상정되는 이유는 뻔하다. 교회를 개척해 굴지의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1세대 목회자가 정년이 되어 은퇴하려니 후임자도 마땅치 않고, 성도들도 굳이 다른 목회자로 교체하지 않고 그대로 가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당수의 대형교회들이 세대교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분규와 후유증을 꺾고 있는 현실에서 “이대로 좋사오니”식의 정서를 무조건 나무랄 수만도 없다.

예장 백석-대신은 통합 총회를 마치고 이제 한국교회 제3의 교단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두 교단이 역사적인 통합을 이루게 된 것은 대신의 신학적 배경과 역사성에 백석의 진취적 포용력이 서로 잘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백석총회가 일치감치 시행하고 있는 75세 정년제가 대신 소속의 큰 교회 목사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었을 거라는 분석도 있다.

고령화 사회 흐름에 한국교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따라서 성경에도 없고, 과거 평균 수명이 훨씬 적을 때 만들어진 정년제는 보다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젊고 참신한 목회자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지혜로운 접근과 합리적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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