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민영 뉴스통신사 ‘뉴시스’에 실린 항공기 안에서 울어대는 입양아를 부모대신 달래고 업어서 재운 스튜어디스의 이야기는 인간성이 상실되어가고 있는 현대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모에 의해서 버려진 아이, 그것도 조국에 의해서 버려진 아이를 누구도 달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스튜어디스가 보여준 사랑이야기는, 같은 민족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어찌 보면 스튜어디스의 등은 입양아에게 잠시 보금자리였을 것이다. 비행기 안이 떠나가도록 울어대는 입양아를 부모 대신해서, 아니 조국을 대신해서 달래고, 업어주며, 잠을 재운 스튜어디스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천사였다. 자신을 버린 부모와 조국에 대한 마지막 울부짖음, 그 ‘한의 절규’를 스튜어디스가 들어준 것이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었다. 아이디 ‘양치는선비’는 게시판에 ‘OZ 204 천사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글이 올라온 뒤 얼마 안 돼 10만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누리꾼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양치는선비’는 “지난달 25일 인천에서 LA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가 아름다운 모습에 감동해서 글을 올린다”며 글을 올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젊은 미국인 부부가 입양한 한국인 아기는 비행기에 탄 직후부터 떠나갈 듯 요란하게 울어댔다. 당황한 이들 부부는 허둥지둥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스튜어디스 심모씨와 이모씨가 아기를 품에 안고 달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기의 몸에 흐른 땀을 닦아주고 옷을 벗겨주며 정성껏 보살폈다. 몇 시간 후 미국인 부부는 지쳐 잠이 들었다. 하지만 심씨와 이씨는 아기를 재우기 위해 자신들의 등을 아기에게 내줬다. 이런 정성 때문일까. 아기도 곤히 잠이 들었다.

입양아와 같은 피부, 같은 민족, 같은 말을 사용하는 스튜어디스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보기 드문 감동적인 이야기가 기내에서 펼쳐진 것이다. 누가 감히 이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 천사가 될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보며, 오늘도 여전히 부모와 조국에 의해서 버려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다. 그리고 같은 민족으로 어린 아이에게 선물을 준 스튜어디스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그래도 한민족에게 이웃을 사랑할 줄 아는 감성이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한부모자조모임을 이끌어 온 필자로서는 스튜어디스에게 박수를 보낸다.

승객 한명이 “힘들지 않으세요”라고 울을 때, 스튜어디스는 “입양되는 아이인데 피부색깔과 언어, 그리고 한국인의 모습과 전혀 다른 미국인을 처음 봐서 낯가림이 심한 것 같다. 한국 사람인 우리에게는 편하게 다가오는데 처음 보는 미국 엄마라 어려워하는 것 같다”면서, 낯선 땅으로 입양 가는 아이를 오히려 안타까워했다.

아기를 입양한 미국인 아버지도 승무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LA에 도착한 후 ‘양치는선비’에게 “(항공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친구처럼 여겨졌다”며 “앞으로도 많은 한국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고 감사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도 감동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승무원인 내 조카는 비행 자체가 힘들다고 하던데 몇 시간을 업고 있었다니 사랑이 없으면 힘든 일인 거 같아요”,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면서도 훈훈하네요. 입양되지만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스튜어디스 분들도 정말 아름답네요”, “어쩌면 아이가 고국을 떠나기 싫었던 것은 아닐까요. 입양 가는 자신의 처지를 알았거나 입양 보내는 대한민국을 원망하는 울음이었을 것 같네요”, “아기가 엄마의 등처럼 느꼈을 것 같네요. 사진을 보니 따뜻함이 느껴져요. 아기도 미국 가서 좋은 부모님이랑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랍니다” 등등의 사연이 실렸다. 더 이상 우리의 아이들이 부모와 조국에 의해서 버려지는 일이 없도록 간절히 기도해 본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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