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회장 최부옥 목사, 이하 기장)는 지난 12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긴급시국기도회를 갖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시국기도회 참가자들은 “최근 정부가 강행하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지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획일화할 뿐만 아니라, 그 절차에 있어서도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이며, 이념적 대립을 극대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예배 설교에서 김상근 목사는 “설교를 준비하면서 7-80년대에 했던 설교와 비슷한 데 놀랐다. 다시 이런 설교를 해야 하다니 기가 막힌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제정치를 다시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로 나아가던 우리가 전제정치라는 절벽을 마주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이어 “이런 ‘민’, ‘주’ 세상을 반동의 절벽이 막아서고 있다. 공의가 빛처럼 드러나고, 구원이 횃불처럼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민’, ‘주’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 이 시대적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이만열 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국정화의 싸움은 우리나라가 독립운동의 전통 위에 세워졌느냐, 친일,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해서 나라가 세워졌느냐 하는 싸움이다. 또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라며 “이는 4.19 혁명으로부터 시작된 5.18, 6월 혁명에 이르는 민주혁명의 전통 위에서 한국을 이끌어갈 것인가, 박정희-전두환 이라는 독재와 부패세력에 의해서 발전된 것으로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라고 주장했다.

시국기도회에서는 성명서도 발표했다. 성명서는 기장 남신도회 전국연합회 총무 김봉석 장로와 여신도회 전국연합회 회장 이명순 권사가 낭독했다.

이들은 ‘독재자의 계략을 멈춰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국정화 속에 내재돼 있는 박근혜 정부의 독재의식으로부터 국민의 주권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우리의 결의는 정의와 공의를 이 땅 위에 내려주신 은총의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믿음으로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단체와 연대해 싸워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시국기도회 순서를 모두 끝마친 후, 향린교회를 출발해 구 인권위(기아차 고공농장)을 거쳐 광화문 세월호 광장까지 평화순례에 나섰다.

나무 십자가를 들고 거리를 행진하며 ‘국정화 철회’ ‘박근혜 정권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 및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인 기아차 노조원들을 찾아 방한복 등을 전달하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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