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말이면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 관한 일들을 되돌아보며 이를 평가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망년회다 송년회다 하는 모임들이 많은 것은 그만큼 저물어 가는 한해를 아쉬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해동안 이루지 못한 미완의 과제들을 끌어안고 아쉬움으로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다가올 새해를 차분하게 준비하는 것이 새로운 해를 맞는 우리 모두의 자세가 아닌가 한다.

2015년도 한해동안 어려운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돌이켜보면 어느 한해도 다사다난했다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때가 없었지만 유독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고 힘든 시간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교수들이 2015년을 되돌아보며 뽑은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말이 더욱 의미심장해 보인다.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고 무도하다’는 뜻이 연초에 메르스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가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권의 무능함을 꼬집는 듯하다.

한국교회의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연 초부터 터져 나온 사회적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대응 방법도 중구난방식이어서 한국교회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고 볼 수 없다. 동성애 문제를 전투적으로 대응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끌어들이지 못했다. 국정 교과서 찬반 논란과 종교인 과세 문제 등에서도 보여준 한국교회의 자세는 공교회답다기 보다는 그저 정부가 하는 일에 거수기 노릇을 자처하거나 뒷북을 치기 일쑤였다. 게다가 한국교회 하나되기는 또다시 실패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라는 노래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일 뿐이다. 지나간 것을 붙잡고 아쉬워하고 후회한들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지나간 시간을 끌어안고 반추할 시간은 과거가 아닌 다가올 시간이 주어진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새해에는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마음으로 새로운 희망 속에 각오를 다져본다.

특별히 2016년에는 총선이 기다리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민주주의는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가진 자나 혹은 못가진자의 전유물도 아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자신의 생각과 정치적 견해를 자유롭게 펼쳐 보이고, 그런 다양한 의견이 여러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정에 반영되고, 인간의 존엄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제도다. 단순히 여당을 뽑을 것인가 야당을 뽑을 까, 의석 수가 늘어나느냐 줄어드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최근 우리 사회 전 부문에 걸쳐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는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특히 노동계층의 빈곤화는 소득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까지 잡고 있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해소되고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이루려면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있는 기득권층이 먼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한국교회는 새해에 무엇을 위해 기도하고 행동할 것인가? 그 대답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보여주셨다. 새해에 한국교회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공의가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고 실천하는 교회가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희생과 섬김의 낮은 자세로 사회적 약자의 손을 잡아주고 그들의 고통에 귀 기울여야 주는 교회가 되기를 소원한다. 높은 곳에 마음을 두지 말고 낮은 곳으로 가라 한국교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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