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 형 목사
2016년 병신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교회 연합기관 및 단체, 교단 등은 저마다 신년하례예배를 드리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소망했다.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과오를 탈피해 연합과 일치로 하나가 되기를 소망했고, 흩어져 있는 형제교단들끼리의 하나됨도 간구했다. 또 성장을 멈춘 한국교회가 개혁과 갱신으로 거듭나 재도약을 하는 원년으로 삼기를 원했고, 추락한 한국교회의 위상을 드높이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또 다문화가정, 탈북자가정,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및 조손가정, 한부모 가정 등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해줄 것을 다짐했고, 멀리 북녘 땅에도 복음의 물결이 일렁이기를 소망했다. 이밖에도 각종 테러나 전쟁, 기아, 자연재해 등으로 고통을 당하는 전 세계의 억압받은 자들을 위로하고, 온전한 화평이 깃들기를 기도했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진다. 한국교회뿐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바라는 소원일 것이다. 이대로만 이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바람대로만 이뤄지면 좋으련만, 막상 한해를 보내면서 실제로 이뤄지는 것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소망으로만 그칠 뿐, 오히려 더욱 악화되는 경우가 일상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사람들은 흔히 새해를 맞아 무엇인가를 해보겠다는 충만한 의지로 결심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거창한 계획부터 소소한 것까지 다양하지만, 하나를 지키기에도 벅차다. 결국 새해 첫날부터 먹은 계획은 틀어지고, 이내 자기합리화 단계에 들어가 스스로 모르쇠로 일관한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한국교회도 이러한 과정을 걷고 있다. 새해 다짐은 그럴싸하지만 이내 자기합리화에 빠져 모든 것을 무너뜨린다. 분열과 갈등에서 벗어나자고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만, 여전히 분열과 갈등의 굴레에 빠져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세상의 약자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건네자는 의지는 멀리 사라진 채 가진 자들을 위한 종교로 리모델링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다.

이러한 모습이 반복되다보니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냉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 하게 꾸미고, 책임지지도 못할 약속만 늘어놓는 한국교회를 누가 온전히 바라보겠는가. 누가 한국교회를 이 사회를 변화시킬 희망으로 생각하겠는가. 온갖 고통과 아픔으로 신음하고 있는 이들이 울며 매달릴 곳이 한국교회인 것을 모른단 말인가. 언제까지 핑계만 늘어놓을 것인지 한국교회, 목회자, 성도들은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처럼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할 한국교회가 스스로 작심삼일의 전철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 굳게 믿는다. 지금까지는 그저 그래왔지만 올해부터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거창하게 세상을 향해 대인배 인척 떠들지 말고, 작은 것부터 진실로 이뤄나가겠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목표를 세웠으면 반드시 실천에 옮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하는 척만 하지 말고, 입 밖에 말을 내뱉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2016년 병신년 한국교회는 신년하례예배에서 다짐한 내용들을 12월까지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모두 이루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무엇보다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에 앞서 이 땅에 소외된 이웃들을 먼저 생각하는 낮은자의 모습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한다.

예장합신 증경총회장/ 오정성화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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