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건만 우리 모두의 가슴 한구석에 커다란 돌덩어리 하나씩 품고 있는 것처럼 무겁기만 하다. 두 발로 딛고 서있는 이 땅의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리막길로 들어선 성장의 그늘은 전례 없이 짙고 부의 편중에 따른 양극화의 후유증 또한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달군 ‘금수저 흙수저’ 논란은 사회 내부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표다.

지난해 남북관계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북한 지뢰 도발 등으로 긴장이 고조됐지만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통해 8·25합의를 도출하고 10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진행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평화통일의 한반도 시대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올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성사되고 남북대화가 진전되면 화해 분위기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지난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염원했던 평화 통일에 대한 기대와 희망도 눈앞의 현실 앞에서 우려와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연초에 터진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은 한반도의 긴장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역사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려 또다시 냉전 이데올로기의 무력 대결장으로 몰고 가려 하고 있다. 남북한 모두 8·25합의 이행을 위한 협상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이 수소폭탄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대화와 협상 분위기는 또다시 긴장관계와 대결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 북한은 그들 스스로 정권의 불안정성을 한반도의 불안정세로 몰고 감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고 차후에 국제사회와의 협상카드로 삼으려는 속내를 이미 노골화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벼랑끝 전략은 북한의 고립을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고 결국 남북관계는 또다시 냉각 될 수밖에 없다.

올해는 총선의 해이다. 민의를 대변할 대표를 국민들이 선택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총선을 앞둔 우리의 정치 사회적 현실은 갈등과 분열로 퇴행을 거듭해 위기를 키워가고 있다. 국민은 새해 벽두부터 야당의 분열과 여당의 공천권을 둘러싼 파열음으로 정치 자체에 염증을 내고 있다. 선거구 확정을 둘러싼 청와대와 국회의장의 기싸움을 보면서 정치가 실종된 대한민국의 미래를 근심하고 있다. 헌법과 법률도, 국익과 민생도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 앞에선 뒷전으로 밀리고 만다. 결국 4월 총선에서 국민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정치인들을 심판하는 길밖에 없다.

앞뒤 꽉 막힌 캄캄한 터널에 갇혀 비상구도 찾지 못한 채 제 풀에 지쳐 쓰러져 있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저만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큰 교단은 작은 교단을 흡수하고 큰 교회는 작은 교회 교인들을 끌어들여 제 살 불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겉으로 보면 연합이요 일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작은 것을 먹어치우는 야생의 논리, 약육강식이나 진배없다.

한국교회가 위기의 세상을 구하지 못하고 더 큰 위기를 부채질하는 짓을 계속 한다면 지금까지의 불신은 적대로, 비판은 저주로 바뀌어 결국 세상과 함께 침몰하게 될 것이다. 한국교회가 보여주는 승자독식의 불의가 당연한 듯 통용되는 풍토에 대한 저항 없이는 한국교회는 사회에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아닌 없어져야 할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교회를 향해 물질을 숭배하는 무례하며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외래종교라는 낯 뜨거운 비판의 소리를 계속 들고 싶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하며 환골탈태하는 개혁을 감행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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