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설날을 맞아 국민 대이동이 시작됐다. 고향에 계신 부모, 형제자매를 만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손에 쥔 선물 보따리는 설레는 마음처럼 부풀어 오른다. 오랜만에 형제자매와 교우할 것을 생각하니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그만큼 형제자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관계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끈끈하다.

그런데 유독 한국교회만큼은 형제에 대해 별로 대수롭지 생각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이방원이 향후 벌이는 ‘형제의 난’처럼 권력과 이권을 위해 형제를 과감히 처내는 모양새다.

이는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이 대나무 갈라지듯 쩍 벌어져 둘로 쪼개어졌고, 뿌리가 같은 교단이 명칭만 달리해 수십, 수백에 이르는 현상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또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고, 지역과 지역으로 갈려 힘겨루기 하는 모습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서로 깨끗하다고 자부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도진개진이다. 형제끼리 다투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형제끼리 헐뜯는 한국교회를 향해 “너는 네 형제를 마음으로 미워하지 말며 네 이웃을 반드시 견책하라 그러면 네가 그에 대하여 죄를 담당하지 아니하리라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는 레위기 19장 17~18절 말씀을 왜 실천에 옮기지 않는지 되묻고 싶다.

‘형제의 난’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기총 정관대로 27년의 역사 속에서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의 토대에 굳건하게 서서 기도하며, 정부와 사회를 향한 올곧은 목소리를 통해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을 실현함으로써 한국 기독교 위상을 공고히 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이름처럼 한국기독교를 모두 아우르는 연합기관으로써 당당히 걸어온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작금의 한기총은 과거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이 초라한 형국이다. 겉으로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중병을 앓은 사람처럼 병약해진 모습이다.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단문제와 금권선거 등의 문제로 곡간에 쌓아두었던 역사와 전통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그동안 주춧돌처럼 한기총을 지켰던 교단들이 한기총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이유로 대거 이탈해버렸고, 한번 떠난 이들은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기총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초심을 잃고, 또다른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연합’을 구성해 형제나 다름없는 한기총과의 힘겨루기를 오늘까지 지속하고 있다. 한기총에서도 이들 교단에 대한 행정보류 및 회원권 제한이라는 강수를 둬서 돌아올 수 없는 38선을 만들어 버렸다. 본격적인 ‘형제의 난’이 시작된 것이다.

마치 한민족인 남과 북이 갈려 하나 될 수 없는 것처럼, 한기총과 한교연도 분열과 갈등의 오명을 쉽게 씻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나, 실질적으로 통합은 거의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둘로 갈라진 처음 몇 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먼발치에서나 지켜보기라도 했으나 이제는 그런 소망조차 사그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합에 대한 불씨를 살리고 있는 곳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한기총과 한교연 대표회장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해마다 대표회장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한기총과 한교연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워 금방이라도 통합이 될 듯이 현혹한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내건 공약 중 지켜지는 것이 하나가 없듯이 한기총이나 한교연 대표회장 후보자들도 희망고문만 할 뿐, 1년이 지난 후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많은 이야기는 오갔으나, 구체적인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등 허울뿐인 이야기만 늘어놓을 뿐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에도 8월경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양측 대표회장들의 말은 거짓이 됐고, 새롭게 시작된 올해에도 특별한 이야기 없이 통합에 대한 염원을 군불만 지피고 있는 판세다. 확실한 것은 이번에도 속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점이다.

형제는 허물도 덮어줄지 알아야 한다

한기총과 한교연의 형제싸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각 교단에서의 ‘형제의 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단연 으뜸은 한때는 한국교회의 4대 교단에 들었었다고 자부하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교단이다. 소위 ‘분열의 아이콘’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개혁교단. ‘개혁’이라는 이름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인지는 몰라도, 작금의 한국교회에서 개혁이라는 이름의 교단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들 중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는 교단만 헤아려도 개신측, 종로측, 송촌동측, 효제동측 등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뿌리가 같은 이들 교단들이 이처럼 아베바식 분열이 이뤄진 데에는 각기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서로의 이권 때문이라는 것을 배제하지 못한다. 서로 뜻이 맞지 않아 불협화음을 내고, 급기야 분열이라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분열에 분열을 거듭한 결과, 현재 개혁교단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

개신측 큰 어른인 조경대 목사가 각종 모임 자리마다 “옛날에는 4000교회가 넘었다. 이제라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라는 말을 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개혁교단과 평생을 함께해온 목회자로서 과거의 영광이 어찌 그립지 않았을까. 그러나 본인 역시 분열의 중심에 서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로 목사의 바람대로 일부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보기 위해 교단간 통합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특정 개인 몇몇의 이권을 향한 도구로 전락해 씁쓸함만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간혹 통합을 위한 과정이 또 다른 분열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는 최근 송촌동측이 종로측과 개신측과의 통합과정에서 산산조각이 난 과정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분명 시작은 통합을 위한 뜻 깊은 자리였으나, 현시점에서 돌아보면 그동안의 과정은 결국 또다른 분열을 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셈이다.

최근에는 송촌동측 내부에서 총회장을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인해 재차 분열의 조짐이 보여 교계에서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몇몇은 교단 정상화를 위한 ‘대한예수교장로회 개혁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들은 총회장이 목회자로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을 했고, 이를 옹호하는 인사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교단분열은 기정사실화된 셈이다. 교단을 살리겠다는데 부정할 사람은 없다. 다만 교단을 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이런 가운데 일부는 이들이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하면서까지 교단의 치부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당위성을 묻고 있다. 무엇보다 같은 형제로서 잘못한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하고, 허물을 덮어주지는 못할망정, 내부문제를 외부로까지 끄집어 내놓은 이유에 대해서 의아해하고 있다. 때문에 제아무리 교단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했어도 이를 보는 시선 또한 곱지 않다. 허울만 좋았지 결국에는 교단을 쪼개어 나가겠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누구의 잘못을 떠나 교단을 또다시 쪼개는 행태는 옳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분열의 아이콘으로 낙인이 찍힌 교단이 그 어떠한 이유를 들고 나와서 합리화시킨다고 해도 결국 분열이라는 목적지를 향한다면 당위성이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개혁교단이 몇몇 개인의 이권을 위한 통합이 아닌, 진정 하나됨을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져 대사회적인 영향력을 상실한 한국교회 전체를 향한 메아리로, 진정한 하나됨 만이 한국교회를 다시 부흥시킬 수 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교회가 제2의 부흥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오직 화합과 일치로 거듭나는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헐뜯고 상처 난 곳을 후벼 파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어떻게 하든 난국을 헤처나가려는 노력을 해야지, 문제가 있으니 발 빼겠다는 생각으로 임한다면 분열의 도미노현상은 막을 수 없다. 특히 형제끼리 다툼이 있어도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나듯이 뿌리가 같은 형제교단이라면 서로를 향해 시기와 질투, 미움과 증오를 보내기보다 사랑으로 감싸 하나가 되어 전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바닥에 떨어진 한국교회 위상을 드높이는 방법이다. 올해 한국교회는 사분오열이 아닌 하나됨으로 거듭나 사회에 본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