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주 형 목사
한국교회는 해마다 3월 1일을 전후해 3.1절 기념예배를 드려오고 있다. 이는 3.1운동의 중심에 기독교가 있었고 3.1운동이 기독교정신의 발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의 교회와 교인들은 3.1운동의 중심에서 애국애족의 기독교정신으로 무장한 채 ‘대한독립만세’를 목청껏 외쳤다. 일본 제국주의의 서슬 퍼런 총칼의 위협에도 한 치도 물러남이 없었다.

물론 3.1운동에는 기독교 외에 천도교와 불교도 참가했고, 참여자 중에는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도 적지 않았지만, 3.1운동의 준비와 전개에는 기독교정신이 크게 스며들어 있었다. 만약 당시 기독교가 3.1운동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3.1운동은 이처럼 큰 의의를 남긴 역사적 사건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을 것이다.

3.1운동은 비폭력 평화주의 운동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항거하여 빼앗긴 나라와 주권을 되찾기 위한 목적으로 일어났지만 철저히 평화적인 방법으로 전개되었다. 일반적으로 나라의 독립을 이루기 위한 주요 수단은 무장봉기를 하여 침략자들에게 물리적인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독립을 위해 적국에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가 미화되거나 정당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1운동은 폭력을 동원하는 무장봉기가 아니었다. 일본 제국주의의 살인적인 진압 앞에서 총과 칼 대신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것이 3.1운동의 방법이었다. 3.1운동이 이처럼 비폭력 평화주의로 전개된 것은 강포와 무력을 멀리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기독교정신에 의거했던 것이다.

예수님은 대제사장이 보낸 무리들에게 잡히실 때 열두 군단 이상의 천사들을 동원하실 수도 있었지만(마26:53) 그렇게 하지 아니하시고 비폭력으로 십자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셨다. 이처럼 기독교의 정신은 비폭력 평화주의이다. 과격 이슬람 세력은 ‘성전’이라는 미명하에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테러도 서슴지 않지만 기독교는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폭압에는 비폭력으로 맞서는 정신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기독교 정신이 3.1운동을 비폭력 평화주의로 이끌었던 것이다.

3.1운동은 또한 순교자적 신앙의 바탕 위에서 전개됐다. 3.1운동의 참가자들이 그들을 향해 총칼을 휘둘렀던 일본 군경들에게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비폭력으로 맞설 수 있었던 용기는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바로 순교자적 신앙에서 나온 것이다. 기독교의 역사 자체가 순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기독교인들이 일본 제국주의의 가혹한 탄압에 굴하지 않고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것은 순교자적 신앙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것은 3.1운동 당시 기독교가 가장 인명과 물질의 피해가 컸다는 사실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3.1운동으로 투옥된 기독교인은 타 종교인을 합친 것보다 더 많았으며, 파괴된 교회당의 수만도 40동이 넘었다. 제암리교회의 경우는 일본 군경들의 방화로 교회당이 잿더미가 되고 그 안에 있던 23명의 교인들이 불에 타서 죽는 참화도 입었다. 당시 한국교회가 일제로부터 이처럼 가혹하고 무자비한 탄압을 받았던 것은 당시 많은 기독교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교자적 신앙으로 3.1운동에 참가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3.1운동은 또한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한국교회가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목적은 단순히 종교의 자유나 교회 자치권의 획득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당시 한국교회는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애국애족의 교회였다. 일본제국주의 하에서 기독교가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에 힘입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교회가 애국애족의 교회라는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애국애족 그 자체가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독교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는 것은 성경의 주요한 가르침이다. 당시 한국교회가 일제의 총칼에 굴하지 않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은 애국애족의 기독교정신으로 말미암았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3.1운동 당시 보여주었던 기독교정신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서려면 3.1운동 당시의 비폭력 평화주의, 순교자적 신앙,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라는 본질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예장합신 증경총회장·오정성화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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