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3·1 운동과 한국교회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3·1 운동은 역사적으로 국권회복과 일본 제국주의의 포악한 무단통치에 대항하여 폭발한 우리 민족의 거족적인 항일독립운동이었다. 그러나 그 준비과정이나 운동 진행과정에서 기독교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민족대표 33인 중에 기독교인이 16인인 것과 비서명자 48인 가운데 24인의 기독교인이 참여하고 있는 사실도 주지하는바 대로이다.

당시 이 땅의 기독인의 수는 30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당시 조선 민족 1천 7백만 중 기독교인은 불과 2%도 되지 못했던 사실을 감안한 다면 실로 그 참여는 대단한 것이었다.

3·1 운동에 직접 서명한 목사님들 중에 정교의 분리를 주장하며 고민하던 신석구목사의 경우 선언서에 서명을 놓고 새벽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고민하는 중에 2월 27일 새벽에야 "반만년 전하여 내려오던 강토를 내 대에 와서 잃어버린 것이 죄인데, 찾을 기회에 찾아보려고 힘쓰지 아니하면 더욱 죄가 아니냐."는 응답을 받고 참여하였다고 전한다.

길선주목사가 이승훈장로의 제안으로 독립운동의 주모(主謀)가 될 것을 결정한 동기 역시 기도를 통한 하나님의 권고로 "고국을 구원하라는 사명을 부여받았다"는 신앙적 동기가 결정적이었다.

공소공판에서 "피고는 항상 일한(日韓) 합병에 불평을 품고 조선독립을 희망하였는가?" 라는 총독부 판사의 질문에 기독교 지도자들의 대답은 한 결 같이 감동적이다.

이승훈은 "그렇다. 하나님이 가르치시는 바가 있으니 오색인종 어느 누가 조국의 흥왕과 종족의 번영을 바라지 아니하며, 더욱이 남의 나라에 합병된 자기 나라의 독립을 바라지 아니하였으랴"고 했다.

3·1 운동 이후 교회의 피해는 실로 막심했다.

총독부가 1919년 5월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전부 파괴된 예배당이 17처, 일부 파괴된 곳이 24처, 그 외 예배당의 손해가 41처, 교회 재산의 손해액은 당시 기준으로 3만 달러, 오산학교의 피해액만도 5천 달러였다.
그리고 1919년 6월 30일을 현재로 투옥된 사람도 기독교인이 2,190명으로 유교나 불교 및 천도교인을 합한 1,556명보다 훨씬 많았으며, 교역자도 151명으로 천도교 72명의 2배를 훨씬 넘었다.

한국교회는 3·1 운동을 주도적 이끌므로 이로 인한 피해도 많았으나 조국을 사랑하며 조국에 소망을 주는 교회로서 사명을 다 하였다.

3·1 운동은 우리 민족 역사에서 잊혀질 수 없는 애국정신의 발로의 현장이었다. 민족이 애국운동으로 뭉쳐진 역사적인 의거이다. 나라를 잃은 지 9년 만에 다시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에서 일제의 총검을 두려워하지 않고, 맨 몸으로 독립을 주창하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독립을 외쳤다.

오늘 역사가들은 이 운동을 정치운동이 아닌, 민중운동이라고 규정 짓고, 종교적 측면에서는 한(韓)민족의 출애굽(Korean Exodus)운동이라고 조명하는 이들도 있다. 사실 그 말이 옳다.

삼일절의 거사는 정치적 사건(事件)이 아니라 신앙적 폭발이었다.

오늘 우리는 3.1의거가 일어 난지 97년이 흐른 오늘 이 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신앙적 의의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오늘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 혼란과 기독교가 사명과 방향성을 잃고 지천(至賤)거리가 된 상황에서 우리기독교의 회복과 민족의 나갈 길을 기독신앙의 차원에서 스스로 결단해야 할 때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기독교와 그리스도인의 애국은 신앙(信仰)적 표현(表現)이어야 한다.

기독교인의 나라 사랑은 세상 사람들의 정치운동과 같을 수가 없고, 근원부터 다르다.

'진정한 신앙인은 진정한 애국자'라는 말이 전제하듯이 신앙인의 애국은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와 연결되어 있다.

구호로서의 애국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실현하려는 신앙으로서 애국이다. 이 신앙적 표현이 애국운동으로 나타날 때, 왕왕 현실의 정권과 충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앙인의 애국운동은 정권(政權)을 위한 것이 아니고, 출세와 권세를 누리려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 나라의 의와 정의가 다스리고 실현하는 나라를 목적으로 하는 것임을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 속에도 잘 드러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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