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환경이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 성경에서도 환경이 바뀌었으니 하나님을 향한 태도를 바꾸라고 한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적 일을 생각하지 말라”(사 43:18)고. 이스라엘은 바빌론 포로생활의 실패와 좌절만을 기억하고, 하나님께서 이루실 새로운 역사를 외면하고 살았다. 게다가 하나님의 마음을 재물로 사려고 하는 그릇된 습관에 젖어 있었다.

이들의 하나님에 대한 생각은 ‘성공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드려야 한다’는 이민자들의 생각과 다를 바 없었다. 성공한 사람만이 기억되는 세계에서 그들이 보고 체험한 하나님은 재물을 좋아하는 분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이 수고한 결과로 환심을 살 수 있는 분이 아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뜻에 따라 사람의 허물을 사하시고, 자비를 베푸신다. “나 곧 나는 나를 위하여 네 허물을 도말하는 자니 네 죄를 기억하지 아니하리라”(사 43:25). 우리가 만일 이 세상에서 성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험한 시절에 겪은 낡고 병든 생각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내가 성공하던 실패하던, 내 허물을 기억하지 아니하시고 내게 자비를 베푸신다.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사 43:19a). 하나님은 광야에 길을 내시고, 사막에 샘이 흐르게 하신다. 사람이 노력한 보상으로 기적을 베푸시지 않는다. 하나님은 불가능의 가능이시다.

가버나움에서 사람들이 한 중풍병자를 고치기 위해 지붕을 뚫고 달아 내렸을 때이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네 죄 사함을 받았다”고 선언하신다.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알게 하려 한다”(막 2:10)고도 하신다. 예수님의 이 충격적인 선언은 옹벽처럼 굳어버린 종교적 편견과 관습의 껍질을 깨뜨리고자 함이다.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사람에게 죄의 굴레를 씌워 아예 저주받은 인간으로 만들어버리고서도 태연한 이들을 향해 드러내놓고 하신 이 말씀은 그 결과에 대한 희생을 감수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오늘도 예수께서는 당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나의 오만, 편견, 무감각을 깨뜨리기 위해 내게 다가오신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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