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병 환 FC
고대 로마의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내전기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현실밖에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자신에게 불리한 말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금융 판매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상품에 대해 분석할 때 상품의 장점을 부각해서 보게 됩니다. 그래서 금융 소비자에게 상품 설명을 할 때 단점은 흘려 말하거나, 아예 말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소비자 역시 마찬가지로 장점에 대한 인상이 좋아 계약했기 때문에 단점을 들어도 쉽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후에 막상 단점이 드러나면 소비자는 크게 실망하고 판매자를 원망하게 됩니다. 소비자는 금전적인 피해를, 판매자는 신용도에 피해를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의 경우 납입액(연 400만원 한도)의 13.2%에 상당하는 금액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납입 중 중도 해지를 할 경우 받았던 세액공제액을 반환해야 하며, 완납 후 일시금으로 수령할 경우 원금을 포함하여 15.4%의 세금을 내야합니다. 특히 연금으로 분할 수령하더라도 기간에 따라 연 3.3%~5.5%의 세금을 내야합니다. 또 공시이율일 경우 일반적인 공시이율 연금에 비해 이자율이 0.3%정도 낮습니다. 하지만 가입자 대부분이 단점과 제약 조건에 대해 모르고 가입했다가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오는 14일 출시되는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도 마찬가지입니다. ISA는 한 계좌 안에 예금과 적금, 펀드, 파생상품 등 모든 상품을 담을 수 있어 통합 관리에 유리한 상품으로 흔히 ‘만능통장’이라 부릅니다. 계좌 개설 후 5년 동안 발생한 순이익 가운데 연간 200만원까지는 15.4%의 이자소득세를 면제해주며, 초과 수익에 대해서도 9.9.%로 낮은 세금을 부과합니다.

하지만 1인당 연간 투자 한도가 2000만원으로 비교적 낮은 편입니다. 또한 5년간 유지하지 않으면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5년 후 세금 혜택이 사라집니다. 이 상품이 큰 인기를 모은 영국의 경우 영구적으로 비과세인 것에 비하면 장점이 눈에 띌만한 수준은 아닌 것입니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원래 매매차익이 비과세이기 때문에 ISA에 편입해도 절세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특히 해외 주식형펀드의 경우 지난달 29일부터 내년 말까지 3,000만원 한도로 매매차익은 물론 환차익까지 100% 비과세되기 때문에 ISA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합니다.

여기에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모르는 단점 또한 존재합니다. 바로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예금은 수수료가 존재하지 않지만, ISA에 담긴 예금엔 0.1~0.2%, 즉 매년 1~2만원의 운용 수수료를 내야합니다.

금융상품 가입시 거쳐야하는 5단계 투자성향 평가에서 안정형 고객으로 분류되면 ELS 등 파생상품 투자가 금지됩니다. 결국 이러한 성향의 소비자는 ISA 운용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 자체가 매우 적으며, 오히려 이보다 더 수수료로 빠져나갈 수도 있습니다.

공격적인 투자를 즐기는 소비자에겐 비과세 한도가 너무 적고, 안정적인 투자를 즐기는 소비자에겐 수수료가 너무 많은 ‘불능통장’이 현재의 ISA입니다.

재무설계사·문의 010-7173-7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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