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걷다 보면 산자락 길
하얀 미소가
눈부신 햇살에 수줍어하고 있는데

매서운 시샘바람 마구 달려와도
햇살 때마다 사랑의 온도 맞추어 줄 때
그대 얼굴 점점 빨갛게 물들어 가는 것이다

온 마음 점점 익어 가는 향기 따라
혼자서는 사무치게 외로운 저녁
다람쥐 노루 사슴 찾아오면
행복을 나누어 주는 것이야
받은 사랑 나누어 주는 것이야

하얀 얼굴 빨갛게 익어갈 때
그대 가슴에 피는 열정도
빨갛게 익어가는 것임을

▲ 정 재 영 장로
시는 시인의 하고픈 마을 다름 대상에 숨겨 얼마나 깊은 의미를 담아두는 것이냐에 따라 작품의 심오성이 달라진다. 이 작품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먼저 시를 쓴다는 것은 시적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얼마나 새로운 해석을 하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 눈을 심미안이라 말한다. 바라보는 대상을 시인의 자아와 연결해 내는 능력이 바로 시인의 능력이며, 그것이 작품의 심미학적 수준을 결정하는 요소다. 이 말은 아무리 반복해도 전혀 허튼 이론이 되지 않는, 시의 기본 창작론인 것이다.

그럼 산딸기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를 작품을 살펴봄으로 앞의 말을 증빙하고자 한다.

1연에서 화자는 산자락 길에 있는 아직 덜 익은 산딸기를 하얀 미소로 보고 있다. 2연에서는 산딸기를 익어가는 햇살과 상반된 위치에 매서운 시샘바람과 병치시키고 있다. 3연에서는 산딸기의 익어가는 과정에서 통과하여야 하는 의례를 숨겨두고 있다. 그것은 밤의 고독이라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도 짐승들과의 자연과 함께 하는 성숙의 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드디어 하고픈 말을 숨겨 드러내는 묘미를 보여준다. 산딸기의 빨갛게 된 모습은 받고 나눔을 통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서로 나누어 줄 때의 잘 익은 산딸기의 모습처럼 인격의 완성도도 마찬가지로 이룬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처럼 산딸기가 빨갛게 되는 모습을 통해 성숙함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숨겨 말해주는 이 작품은 비유의 기능을 통한 작품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게 해준다.

다시 강조하지만 시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다른 대상 속에 숨겨두는 일이다. 숨겨두는 일을 은유라 말한다. 즉 시는 드러내기 위해 숨기는 것이다. 그것도 일반적인 눈이 아닌 창조적 상상을 통한 심미안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전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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