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부천 초등생 토막시신 사건, 부천 여중생 백골시신 사건, 큰딸 살해 암매장 사건, 부천 2개월 여아 학대·방치 사건, 평택 실종아동 원영이 사건. 모두가 가엾고 연약한 아동들이 부모라는 탈을 쓴 괴물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사건들이다.

이들 사건은 인천 11살 학대 소녀 탈출사건으로 인해 정부가 장기결석 학생 및 미취학 아동을 전수조사하면서 세상에 불거진 사건들이다.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사건들이 그 실체를 드러내니, 이 세상이 참으로 살기 무서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채 꽃도 피워보지 못한 어린 생명들이 아무런 저항도 못한 채, 어두컴컴한 공간 속에 갇혀 죽임을 당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

고사리 같은 작디작은 손으로 삶을 열망했을 아이들이 죽음 직전에 얼마나 이 사회를 원망했을까. 모기 소리처럼 작은 목소리로 살려달라고 외쳤을 그들의 목구멍에서는 얼마나 많은 피가 솟구쳐 올랐을까. 마지막 눈 감는 그들의 눈에선 얼마나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을까. 그들은 왜 부모의 손에 처절하게 죽임을 당했어야 했을까. 그 무슨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고, 그 무슨 핑계를 내세워도 답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부모가 어린 생명을 짓밟았고, 이 사회가 무관심으로 그들의 살인을 방조했다. 이 땅의 모든 어른들이 바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장본인이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이들 아이들의 죽음을 목전에서 보지 않았더라도, 평소 눈치라도 차렸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그저 교회성장에만 몰두하지 않고, 지역사회에 눈을 돌렸더라면 장차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될 아이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인권법 제정에는 쌍수를 들고 환영의 의사를 전했던 한국교회가 아니었던가. 왜 우리 주변에 소외된 아동의 인권에는 ‘나 몰라라’했는지 꼭 묻고 싶다. 무엇이 진정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일인지, 무엇이 주님의 몸된 교회가 실천해야할 일인지 되묻고 싶다. 선택이 아니라, 교회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 땅에서 아동학대가 뉴스거리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특히 정부가 주도적으로 아동들이 학대당하지 않도록 법 제정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주일 42개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한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10대 제안을 정부가 반드시 실천에 옮기길 기원한다.

우선 아동보호를 책임질 중앙 및 지방정부의 상설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고, 아동보호를 위한 국가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 또한 아동학대 정보의 공유를 위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학대피해아동을 위한 쉼터와 치료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더불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인력을 확충하고, 차등적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법 집행자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개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특례법이 적용되지 않는 경미한 아동학대에 대한 초기 개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학대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의 협업을 강화하고, 위기가정을 지원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아동학대에 관한 세부지침을 마련해 체벌과 방임을 전면금지하고, 부모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신고의무자의 직종별 교육 강화, 사업장별 보호팀 구성을 통해 신고율을 높이고, 전국적 학대예방 홍보를 실시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부활절 생명의 노래가 널리 울려 퍼지길 간절히 소망하며, 이 땅에 더 이상 슬픔과 고통의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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