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의 눈에 예수는 분명 신용할만한 사람이다. 다중을 압도하는 눈빛, 반대자들을 전전긍긍하게 하는 변론술, 하나님 나라에 대한 열정, 보통 사람들은 결코 지닐 수 없는 기적의 행사. 무엇보다 수많은 추종자들을 보면 세상을 뒤집고도 남을 만큼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판단력이 빠른 사람이라면 그런 이를 놓칠 수 없다. 신용의 관점에서 예수는 수퍼VVIP등급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고 보니 예수의 능력은 유다의 눈에 비친 허상이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다른 제자들도 피장파장이다.
만일 우리가 예수가 지닌 능력을 보고 믿는다면 그것은 예수를 신용해서 믿는 것이지 신뢰해서 믿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예수에게서 얻을 것을 기대하고 믿는 것도 사실이다. 오늘의 정치판처럼, 언제든지 유다가 될 수도 있고, 유다라며 내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예수께서는 그런 우리를 유다에게 그랬던 것처럼, 끝까지 신뢰하신다는 사실이다.
삼일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