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서 영 목사
제20대 총선이 여소야대, 3당 체제를 갖추며 끝이 났다. 공천으로 불거진 각 정당들의 집안싸움, 야권분열에 의한 호남 주도권 다툼,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행보, 노심초사 마음 졸인 당 대표들의 행보 등 총선 훨씬 전부터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여권의 득세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대다수였다. 야권이 분열되어 표를 분산시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실제로 당명까지 바꾸며 쇄신을 다짐했던 더불어민주당과 야권을 재편시켜 개혁을 주도하겠다던 국민의당은 누가 봐도 불편한 관계였다. 선거 직전까지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며, 전문가들의 예상은 들어맞는 듯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초 호언장담하던 새누리당은 예상했던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122석을 얻는데 그쳤고, 일사각오로 도전했던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123석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호남의 맹주였던 더불어민주당을 밀어내고, 호남에서 거의 싹쓸이를 하면서 무려 38석을 확보해 3당의 체제를 완성시켰다.

지난 19대 국회는 말 그대로 파행이었다. 식물국회로 있으나 마나한 국회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19대 국회는 어디하나 국민을 위한 일을 제대로 한 것이 없었다. 세월호 참사와 공무원 연금개혁, 국정원 댓글사건, 국회선진화법, 테러방지법 등등 여야는 민생을 뒷전인 채 치고 박고 싸우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누구 하나 바른 정치를 하지 못했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이 본업을 잊은 채 당권놀음에 빠져 있었다. 국회의 존재가치가 필요하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20대 국회에는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여소야대의 모양새가 갖춰진 것도 그렇고, 모처럼 3당이 구성된 것도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또 지역주의를 타파해 정말 일을 잘하는 인물들이 국회의원으로 뽑힌 것도 마음에 든다. 모든 것이 준비가 다됐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뽑아준 일꾼들이 자신을 선택해준 국민들을 위해 나서는 것뿐이다.

국민의 일꾼들은 금배지를 단 것에 대한 흥분을 이제 가라앉히고, 자신이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각 정당들도 승리에 도취되거나, 패배의 쓴잔을 곱씹지 말고, 국민들의 준엄한 꾸짖음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단지 여당을 향한 비판도, 야당을 향한 칭찬도 아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식물국회로 놀림 받으며, 국민들의 얼굴에 주름살을 늘렸던 19대 국회를 되풀이 하지 말라는 의미였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국민의 일꾼들이 당권을 향해 나서기보다, 민생을 되살리는데 맨발로 나서길 바란다. 무엇보다 깊은 침체기에 있는 경제를 회생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누구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국가로 변화시켜야 한다. 썩은 정치에 연연하지 말고, 개혁과 갱신의 정치로 바른 국회, 깨끗한 국회의 이미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행동하는 참사람으로서 국회의원이 되길 바란다.
특히 기독의원들은 자신들이 국회에 파송된 선교사라는 마음가짐으로 국민의 정서를 헤아려야 한다. 단순히 세상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의 일꾼이라는 자세로 이 땅에 공의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만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20대 국회는 식물국회가 아닌 살아서 생동하는 활력이 넘치는 국회가 되길 기도한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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