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안에 수많은 자아의 탐험
같은 표정의 마트로시카
반복 속 모든 가능성을 염두하고자
과거의 사고를 비우려 하지 않는다

마음을 비우면 사라질
반말의 반대말까지 만들며
반복 속 여려 겹의 생각으로
미래로의 여행을 꿈꾼다.

전해보려 하지만 부딪히는 마음
그 상이한 방향
같은 표정의 마트로시카를 보며
문득 멀리 왔음을

답이 없다는 건 묻지 말라는 뜻
그만 슬픈 화장을 지우고
사람 냄새 사람으로 남는다.

▲ 정 재 영 장로
마트로시카는 어머니와 귀여움을 합성한 말로, 러시아 전통 인형을 말한다. 여성을 형상화하여 농촌의 다산이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인형 안에 다른 작은 인형이 또 그 안에 더 작은 인형이 반복적으로 들어 있다. 그 숫자가 많고 작을수록 값진 것으로 여긴다. 원래 일본 인형에서 영향을 받았으나 현재는 러시아의 대표적 민예품이다.

예시는 사람 냄새라는 부제가 있다. 즉 마트로시카 인형이 사람 냄새가 나는 화자와 동일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마트로시카는 겹겹이 속으로 들어간다. 각각 크기만 다르다. 그런 인형 모습 안에서 자아를 탐색하려는 화자는 대상에 과거의 일을 연결하려 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된 후 그리고 미래까지 다양한 시절의 자기 모습을 그려 보는 것이다.

아울러 가득 찬 마음 안에 여러 생각들을 채운다. 그 생각은 과거에 터전을 두면서 새로운 세계로의 상상을 꿈꾸고 있다. 그런 상상들이 같은 모양의 겉모습과 달리, 상이한 방향을 가지는 지점에서 각종 상상은 경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상상들은 다양하면서도 동일한 모습의 인형의 이중성인 존재가 마치 각종 생각에 잠긴 자신과 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단순과 다양성이 마치 인간 모습이라는 말이다.

이 작품은 존재에 대한 담론이다. 인간은 겉으로는 동일한 모습이지만 그 속은 다양하여 알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면에서 마트로시카 인형을 인간 냄새가 나는 대상으로 파악한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존재탐구 담론의 작품을 보면 존 던 등의 형이상시처럼 서로 상이한 점을 하나로 융합시켜 새로운 논리를 제시하는 방법론의 특성을 가진다. 그것이 컨시트를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처럼 형이상시의 특징에 바탕을 둔 융합시론이 미학적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창작이론임을 예시가 잘 말해주고 있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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