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인류 역사상 모세만한 인물도 드물 것이다. 그는 위대한 예언자, 위대한 정치 지도자, 고난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혁명가이다. 그처럼 위대한 인물인데도, 성서가 기록하고 있는 그의 마지막 장면은 너무나 쓸쓸하다. 그를 위해 남겨둔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다.

그가 바랐던 가나안 땅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다. 그의 무덤도 남겨두지 않았다. 그가 떠났다고 세상이 달리진 것도 없다. 성서는 비정하게도, 모세를 뒤이어 바로 여호수아를 등장시키고 있다. 더더욱 안타까운 일은 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가 백성들로 인해 하나님께 불순종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민 20:12).

어쩌면 모세의 이런 모습이 성서가 보존하고 있는 신앙의 진수인지도 모른다. 모세가 위대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모세 역시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하나님께 순복해야 하는 하나님의 종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오직 하나님만을 섬겨야 한다. 만일 백성들이 모세와 같은 육을 지닌 인간을 섬긴다면 모세를 우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성경의 ‘유일신 신앙’을 이해할 때 이런 배경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육을 지닌 인간은 어쩔 수없이 그 시대의 제약을 받는다. 소임을 마치면 ‘떠나야’ 한다. 만일 떠나지 않으면 결국 하나님을 망령되게 한다. 그 스스로가 우상이 되어서 하나님을 거역하는 사탄이 된다.

예수의 생애도 모세와 다를 바 없다. 죄 없는 분이었음에도 백성들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무덤에 ‘묻혀야’ 했다. 그리하여 육을 지닌 예수는 ‘떠남’으로서만이 복음은 완성된다. 그뿐이 아니다. ‘떠나야’ 비로소 하나님의 거룩한 영이 백성들에게 임한다. 모세가 ‘떠남’으로 하나님의 법인 ‘율법’이 백성들과 함께 있었던 것처럼, 예수의 육신 역시 세상을 ‘떠남’으로 “보혜사 성령”, “진리의 영”으로 항상 함께 하실 수 있다. “내가 (떠나)가면 내가 그를 너희에게로 보내리니 그가 와서 죄에 대하여, 의에 대하여, 심판에 대하여 세상을 책망하시리라”(요 16:7). 예수께서 하신 말씀이다. “지금 내가 아버지께로 가오니 내가 세상에서 이 말을 하옵는 것은 저희로 내 기쁨을 저희 안에 충만히 가지게 하려 함이니이다”(요 17:13). 당신이 떠남으로 우리가 성령 안에서 기쁨을 누리게 된다니. 참으로 가슴 떨리는 기쁨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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