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겨 있다. 보도에 따르면 피의자인 김모씨는 서초동의 한 주점 건물에 있는 공용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실에 들어온 첫 번째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무참하게 살해했다. 경찰은 평소 조현병(정신분열증으로 환청과 피해망상 등이 동반된 만성 사고 장애)을 앓아온 김모씨의 묻지마 범죄로 잠정 결론지었다.

대한민국에서 어쩌면 치안이 제일 잘 되어 있을 강남에서 벌어진 참사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뒤늦게 정부가 전국 민간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바꿔 공공기관의 관리를 받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경찰도 범죄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를 72시간 이내 범위에서 강제 입원시키는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는 눈치다. 항상 그래왔듯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그런데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사건이 조금은 이상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추모공간이 혐오의 각축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에 따른 범죄라고 단정 지은 일부 여성들이 남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며, 남성혐오 양상으로 끌고 가고 있다.

피의자도 그랬고, 프로파일러까지 투입되어 이번 사건이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밝혔음에도 이들은 이미 남성혐오를 부르짖으며, 남성들을 향해 핏대를 세우고 있다. 현장 근처를 지나가는 남성을 향해 잔뜩 성난 얼굴로 노려보기도 하며, 괜히 추모를 위해 현장을 찾은 남성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온전히 추모를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혀를 내두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질세라 일부 남성들도 여성들을 향해 여성혐오를 외치면서 으르렁대고 있다. 이들도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여성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인형 탈을 쓰고 남녀대결구도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외친 한사람이 폭행을 당했으며, 또다른 중학생은 ‘남혐·여혐 싫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가 현장에 있던 여성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추모는 없고, 혐오만 난무한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성경에는 “아담이 가로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자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자라 칭하리라 하니라”(창 2:23)고 했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는 서로 한 몸이다. 누가 누구를 혐오하는 존재가 아니다. 서로를 감싸줘야 하고, 아껴줘야 한다. 서로 화합하여 행복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남성과 여성을 만드신 이유다. 더 이상 스스로가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와 남성을 비하하는 ‘한남충’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안타깝게 희생당한 피해자가 영면하기를 기도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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