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최근 북한의 대화공세가 수준을 넘고 있고, 북한 붕괴의 전조로 보이는 집단탈북이 해외에서 이어지고 있다. 20일부터 국방위 공개서한, 인민무력부 통지문, 김기남 당 중앙위 부위원장 담화 등으로 파상적인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다. 21일 인민무력부가 이달 말 내달 초에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의했고, 우리 국방부가 23일 답신에서 북한의 비핵화 선행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다시 24일 인민무력부가 동일한 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늘상 있는 일이라 응대하는 우리도 태연하고, 충분히 예견된 대응들이라 사실 자체를 제외하고는 별로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지만, 고민해야 될 몇 가지가 있다.

국민들은 현재 남북의 강대강 대치구도가 어떻게 풀릴 것인지가 무척 궁금하다. 왜냐하면 마냥 지금처럼 갈 수는 없고 가서도 안되는데, 결국 시간이 누구편인가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에 국가적 미래와 운명을 걸기에는 너무 서글프기 때문이다. 북한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유엔의 전방위적인 대북제재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집단탈북이 국외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제7차 전당대회를 통해 명실상부하게 최고의 권력자로 오른 김정은의 무개념 통치를 바라보는 마음이 불안한 것은 단지 필자만이 느끼는 것일까?

정말 북한 정권이 지금의 예측대로 붕괴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것일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일단 통일을 이룬 후에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것들과 향후 통일비용까지를 착실히 준비하면 되는 것일까? 그러면 북한 통치세력들이 두손 놓고 북의 붕괴를 내버려 둘 것인가? 필시 그들 나름대로 세운 대책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어떻게 작동할 것인가? 이런 저런 염려에도 불구하고 단호하게 문을 걸어 잠그고 북한의 굴복을 기다리며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청와대의 생각이 너무도 궁금하다.

필자는 지금의 강경 대북기조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기조를 무턱대고 지지하기에는 뭔가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로 필자만의 느낌이 아니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평범한 교훈 앞에 PLAB B가 없는 지금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염려를 국가는 어떻게 해소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남북 대화는 중요하고도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북한의 공세에 밀려 대화의 장으로 나가는 것도 실책이요 하책 중에 하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반면 청와대가 시간에 기대어 소위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하여 강력한 대북제재를 가함으로 북한의 항복을 기다리는 것을 과연 상책이라고 할 수 있는가? 대화요구에 선뜻 응할 수도 없고, 결사항전을 부르짖는 평양의 의도가 선명한 마당에서 진퇴양란에 빠진 듯한 청와대의 대북전략에 대한 국민적 염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저런 식으로 대화를 제의한 북한은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며, 대선국면으로 가는 남한사회는 분열할 것이고, 북한이 필요한 나라들은 명분만 생기면 국제공조의 틀을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정부는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것은 국제사회의 공조를 얻어내기 위한 노력의 절반이라도 대국민 설득과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확보에 기울이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불통이미지에 야당과 국민 설득에 실패한다면 북한의 대화전략은 성공할 수밖에 없고 결국 그것은 그토록 공을 들였던 국제공조의 균열을 가져올 것이 분명한 것이다. 만일 정부가 지금이라도 입장을 전환하여 적극적으로 움직여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고 국가의 운명을 건 이 중차대한 현실을 엄중히 본 초당적 범국가적 국내공조를 이루어낸다면 아마 이것이 북한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고, 북으로 하여금 항복할 수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왜 밖만 쳐다보는 지 정말 모르겠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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