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기원전 8세기 유다 왕국 때이다. 무역으로 다져진 신흥 부자들은 권력과 밀착하여 가난한 농민들의 농토와 집을 수탈하는 악폐가 극에 달했다. 부자들의 탐욕과 포악성이 얼마나 극에 달했는지, 당시 예언자로 활동한 미가는 가난한 농민들을 착취하는 자들을 향해 “내 백성을 가마솥에 넣고 삶는”(미 3:1-3) 다며 식인종으로까지 묘사한다.

미가의 언설 가운데 “내 백성”이라는 말이 연이어 나온다. 힘없이 눌려 사는 가난한 백성이 하나님께는 “내 백성”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재판정에 가도 결코 이길 수 없다.

성전에 가도 사제들로부터 위로 받을 수 없다. 그리하여 그들은 하늘 재판정에 호소할 수밖에 없게 되고, 하나님은 그들의 호소를 들으시고 심판을 선언하신다. “바로 너희 때문에 시온이 밭 갈듯 뒤집어질 것이며, 예루살렘이 폐허가 되고, 성전이 서 있는 이 산은 수풀만이 무성한 언덕이 되고 말 것이다”(미 3:12) 라고. 너희 때문에 성소가 더럽힘을 당하고, 너희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미가의 독설은 당시 예루살렘 지도자들의 믿음과는 사뭇 다르다.

예루살렘 귀족들은 하나님께서 지켜주시는 유다 왕국은 결코 멸망하는 일은 없다고 확신했다(미 3:11). 정해진 규례를 잘 지키고, 제물을 아낌없이 드리고, 제단에 촛불을 꺼뜨리지 않으면 하나님께서는 영원토록 유다의 평화를 지켜 주시리라고 믿은 것이다.

그런 이들을 향해 미가는 ‘예배자들이 무엇을 하나님께 드려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 ‘진정으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은 것이다. 미가에 의하면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께서 요구하시는 바가 있다. 첫째 사랑과 공의를 실천하라는 것이요, 둘째는 하나님 안에서 겸손하라는 것이다. 나라의 주된 정책 가운데 ‘경제’만 있고 ‘사람’이 없다면 그런 나라는 피폐할 수밖에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게 문제이다. ‘나라가 있어야 국민도 있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 숫하게 듣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 없는 나라는 나라일 수 없다. 노동자 없는 기업은 기업일 수 없다. 그럼에도 나라 지도자들의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어디에도 ‘내 백성’은 없다. 지금 그게 걱정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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