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는 변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구르면 구르는 대로
부딪치면 부딪치는 대로
자기의 모습을 변화 시키지 않는다.

꽃은 마지막 까지 변화한다.
기지개를 펴서 봉우리를 만들고
꽃잎을 벌려 향을 내며
아름다움을 맘껏 펼친다.

돌멩이는 변화하지 않음으로
모퉁이돌이 될 수 있다.
꽃은 시들음으로 인하여
또 다른 열매를 맺는다.

돌멩이와 꽃
그들에게 의미가 있음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향기와 열매를 주며
누군가에게 모퉁이 돌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걸작품)

▲ 정 재 영 장로
이 작품에서 비유로 든 대상은 단단한 돌과 부드러운 꽃 두 가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 다른 성질임에도 모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이다.

전자는 무기물이고 후자는 유기물이다. 돌멩이의 물리적 성질을 통한 변화하지 않는 이미지와 변화하는 꽃잎의 생물학적 이미지가 서로 다름을 통한 이질적 성질을 들고 있다. 첫 연에서 돌멩이는 어떤 환경이나 상황에서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런 불변의 가치를 설정하려 함이다.

2연에서는 앞 연과 달리 꽃의 변화의 성질을 통해 또 다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변화를 통한 새로운 창조를 하는 꽃과 열매 사이로 변화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가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3연에서는 앞 두 연의 서로 다른 차이와 함께 동일한 가치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돌멩이는 돌멩이대로 꽃은 꽃대로 각각 존재하는 의미와 가치가 있음을 통해 모든 존재의 동일한 가치를 설득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변하면 안 되는 모퉁이돌과, 변화하여야 열매를 생산하는 꽃의 다름 자체가 서로 보완적인 가치라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존재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논리전개는 모든 창조의 목적이 동일함을 봄비라는 비유를 통하여 설득해 주고 있다.

시는 다른 장르와 달리 한 순간이거나 한 장면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설혹 이미지군이 아무리 다수라도 그 대상을 하나로 융합시켜 컨시트(기발한 착상 conceit)를 생성시키는 기전을 유발하여야 한다. 특히 형이상시(metaphysical poetry)에서 보듯이 융합시에서는 이질적이고 상극적인 이미지 동원이 작품 안에 동시에 존재하여야 한다. 이런 상이한 두 가지 이미지를 강제적으로 융합시켜 새로운 논리를 추구하는 시적 방법론이 바로 융합시론이다.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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