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모든 여성은 어머니이다. 이것 만으로라도 여성은 누구든지 존경을 받아야 한다. 어머니는 이 세상 누구보다도 믿을 만하고, 어머니의 사랑은 변하지를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 그 자체를 생명이며, 사랑이고, 평화이며, 행복이라고 말한다.

모계사회였던 원시시대는 지배와 수탈이 없었다. 항상 사랑과 평화가 유지되었다. 그런데 남성중심의 가부장제가 정착하면서, 이 사회는 지배와 수탈이 시작되었다. 여성들의 역할을 가정이라는 틀 속에 한정되었다. 여성은 보이지 않게 신음하며, 궂은일과 힘든 일을 했다. 여성은 가정을 지키고, 가꾸는 주역이 되었다. 그리고 길삼하며, 남편과 자녀들을 입히고 먹였다. 가정은 가장 위대한 문화적 산물이다. 그리고 사회의 기본적인 기초이다.

헌데 이러한 가정이 물질문명의 발달과 함께 파괴되어 가고 있다. 서독의 경우, 양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40%도 안 된다고 한다. 나머지 아이들은 홀어머니나, 홀아버지이나, 고아원에서 자란다고 한다. 한마디로 현대가정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가정의 토대가 새롭게 놓여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리나라도 많은 가정이 깨지고 있다. 부모의 이혼 또는 별거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다. 계모 또는 계부에 의해 아이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으며, 많은 아이들이 가정 밖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들은 또 학교와 교회 밖에서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

2천년 전 이 땅에서 하나님나라를 선포한 예수님은 불효자였으며, 가정이 인류 삶의 토대가 아님을 알았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 자매, 어머니라고 했다.(마가복음 3장 31-35절)
하지만 십자가사건은 어머니 마리아의 마음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놓았다. 예수님은 하나님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떠났다. 결혼도 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이 하나님으로 인정되고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나라이다. 그런데 인간이 하나님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노릇을 하므로 인간이 인간 아래서 신음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홀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버리고 하나님나라를 선포한 것은 본능적인 가정의 정만으로 하나님나라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아무리 위대하다고 하더라도, 혈육의 정으로 끝나버리면, 그것은 하나님나라를 오게 할 수 없다. 예수님은 생활을 통해서 새로운 어머니상, 새로운 가족관계를 가르쳐 주고 있다.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자가 진정한 가족이라고 했다.

십자가에 달려 죽으면서 예수님은 어머니를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부탁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혈육에 의한 가족 관계를 깨트리고, 새로운 가족관계를 수립한다. 십자가 사건에서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와 혈육의 관계가 단절되는 아픔을 맛보았다. 그 아픔은 십자가의 죽음에서 가장 처절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십자가에서, 십자가를 통해서 새로운 가족관계가 이루어졌다.

“보라 네 어머니이다. 어머니,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한 새로운 가족관계는 많은 것을 교훈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족관계는 혈육의 정을 넘어, 가족의 품을 떠나 방황하는 모든 사람과 가정 밖에서 고통을 당하는 모든 사람이 가족이며, 이웃이라는 것을 교훈하고 있다. 한마디로 새시대와 새공동체를 향해 모두가 십자가 아래서의 가족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리스도교의 가정은 새로운 나라,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해서 일하는 공동체이다. 이 공동체는 찌들리고 이그러진 사람 없이 하나님의 모습대로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는 나라, 더불어함께 사는 나라를 추구하는 것이다. 자식없이 사는 외로운 여인, 의탁할 곳 없는 노인에게 “보라 네 아들이다”란 말은 복음이다. 가정과 사회에서 버려진 아이들에게 “보라 네 어머니다”란 말은 복음이다. 복음은 집자가를 통해서 실현된다.

굿-패밀리 대표 /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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