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매년 6월이 되면 한국교회 각 단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6.25상기 기도회를 드리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단체들이 기도회를 드렸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의 아픔을 다시금 생각하고 이산가족들의 슬픔과 남북의 평화통일을 염원한다는 점에서 기도회에 공감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매년 기도회가 개최될 때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이념 논쟁에 함몰된 한국교회의 현실이 그것이다. 일부 교회와 지도자들은 매번 6.25기도회 때마다 우리 사회의 좌경세력에 대한 경계와 북한 정권의 타도를 외치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 ‘좌파 척결’도 모자라 ‘빨갱이(?) 몰아내자’는 원색의 구호마저 등장하는 것이 한국교회 6.25기도회의 현 주소이다.

역사상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어야 했던 6.25는 분명 우리 민족의 불행이며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남북이 갈라져서 서로 대립하고 있는 오늘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더구나 6.25를 몸소 체험한 사람들에게는 어느 누구보다 상대방에 대해 적개심이 강할 것이다. 아마 우리 민족이 지금까지 통일을 이룩할 수 없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이러한 증오심의 작용이 큰 탓이리라. 그래서 우리 사회에 아직도 공산주의와 북한에 대해 마치 원수보다 더 적개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전쟁이란 끔찍한 비극을 겪었던 후유증이라고 진단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냉전시대가 종식되고 공산주의가 몰락한 21세기 오늘에도 여전히 우리는 이념 논쟁에 함몰되어 민족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한민족의 평화통일과 미래를 위해서도 하등 도움 될 것이 없다. 특히 그 중심에 교회가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민족적 아픔과 비극을 극복하는 방법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원수를 사랑하고 서로 용서하며 항상 선을 이루라”는 가르침에서 우리가 벗어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할 때다.

진정한 신앙의 지도자라면 증오심을 불러일으키는 언사와 행동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여 이를 통해 민족의 갈등을 극복하고 남북통일 이룩하자는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온당한 처사이다.

일부 보수교회 인사가 극단적인 반북 발언 설교를 통해 성도들로 하여금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도 신앙에 어긋나는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미움과 싸움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를 원하고 계신다. 북한의 복음화를 원한다면 어떤 경우든 인내하며 용서와 사랑으로 북한을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신앙 안에서 이념적인 대립이 오늘 한국교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가장 큰 요인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 안에서 냉전 이데올로기를 종식할 때 그리스도 안에서의 일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아울러 하나 된 한반도와 민족복음화의 염원도 비로소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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