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휴가의 계절이다. 쉼은 인생의 여백에 점을 찍는 것처럼 의미있는 일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1년에 한번 주어지는 여름휴가를 잘 보내기위해 미리부터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한다. 그러다보니 매년 휴가기간을 단순히 놀고 즐기는 것 말고 뭔가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우려는 사람들도 차츰 늘고 있다.

요즘 여행의 트렌드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TV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여행, 초저가 해외여행, 친구 혹은 가족단위의 이색 체험 여행 등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여행지에서 겪게 될 즐겁고도 낯선 경험을 친숙한 연예인들을 통해 미리 보여줌으로써 대리만족과 함께 나도 해볼까 하는 호기심과 충동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런 여행 트렌드의 변화는 주5일 근무제로 바뀐 우리의 일상에서는 이미 별로 특별한 의미가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굳이 여름 시즌이 아니더라도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얼마든지 훌쩍 떠나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단순히 놀고먹는 것 말고, 좀 더 의미있는 시간과 기회를 충족시키는 의미있는 휴가에 맞춰지고 있다.

특히 크리스찬들은 꿩먹고 알먹는 ‘일석이조’, ‘일거양득’의 휴가에 목말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번 휴가를 여름학교니 전교인수련회에 몽땅 바치고 난 후에 뭔가 가슴 한 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에 대한 아쉬움을 한번쯤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가 기간에 자신의 신앙 상태를 재점검하고 쉼과 함께 말씀을 묵상하고 조용히 기도할 수 있는 장소를 찾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잘 놀고먹으면서도 교회나 단체에서 개최하는 여름 행사에 참여해 땀 흘리며 봉사하는 방법은 없을까를 기웃거리게 된다. 이를테면 짜장면을 먹으면서 짬뽕도 같이 먹는 ‘짬짜면’ 같이 두 가지 기호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것이 휴가의 필요충분조건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올해도 대부분의 성도들은 어김없이 교회학교 성경학교나 전교인 수련회에 맞춰 휴가를 신청하고 있다. 단 일주일뿐인 여름 휴가지만 성경학교를 준비하고 행사를 치르고 마무리 작업을 하는데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교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연속 교육과 다양한 활동으로 신앙을 집중 훈련시키는 성경학교는 교회학교 부흥의 최대 호기이다. 교회학교 교사들은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투철함 사명감에 대부분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성경학교에 올인하게 된다.

교회학교에 헌신하는 대부분의 교회학교 교사들은 쉼과 미션을 구분하는 것을 죄악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잠시 바닷가에 가서 바캉스를 즐기다가도 주일이 가까워 오면 양심의 가책과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교회로 돌아가야 맘이 편하다고 느낀다.

많은 교회들이 매년 성경학교를 진행하며 교회학교를 부흥시키는 힘은, 아마 이들과 같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진실한 크리스찬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무리 투철한 사명감도 때론 쉬어가야 한다. 그래야 고장이 안 나고 오래 갈 수 있다. 여름은 모든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절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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