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산으로 바다로 휴가를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것이다.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가족 여행을 나서기에 좋은 시기다. 여행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재충전의 기회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는 그다지 와 닿지 않는 이야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쉼’ 없는 일하는 것을 목회자의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 속에서 마음껏 휴가를 떠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에게는 휴가는 사치라는 인식마저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목회자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목회자의 건강은 교회의 강건이며, 목회자 개인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교회를 위해서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의 배려와 목회자의 휴가에 대한 성도들의 인식 변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쉼’ 없이 일하는 것이 미덕(?)
목회자의 휴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4-5일 이상 가족과 함께 완전한 휴가를 갖는다는 대답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교회 수련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대체하거나 기도원에 다녀오는 경우로 나타났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경제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휴식에 대한 욕구도 크게 증대되었다. 어지간한 직장에서는 주5일제 근무가 정착되어 있고, 여름휴가로 1주일 정도를 제공한다. 반면 목회자의 휴가에 대해서는 목회자 자신들도 소홀히 하기 쉽고 성도들도 인색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회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목회자의 휴가도 교인들의 평균 수준정도에는 맞추어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60-70년대 모든 국민들이 쉬는 것을 모르고 열심히 일만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에 목회를 하셨던 목회자들은 역시 거의 휴가를 잊은 채 교회를 지켜왔다. 그래서 어느 목사님의 경우는 교회를 개척한 후 10여 년 동안 한 번도 휴가를 가 본 적이 없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반면에 유럽 같은 경우는 목회자들에게도 일반인들의 경우와 같이 연간 30-40일의 휴가를 보장해 주기도 한다. 목회자의 휴가가 그 사회 일반의 상황과 어느 정도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이제 오늘의 한국교회 안에서도 우리 시대의 정서에서 납득 가능한 수준의 휴식과 휴가가 목회자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이다.

성도들에게 휴가가 필요하다면 목회자에게도 당연히 필요하다. 목회자의 휴가를 재충전을 위한 안식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사역에 대한 소홀’로 생각하는 풍토는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일 중독증에서 벗어나라
목회자들이 쉽게 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교회의 주인의식에서 비롯된 일종의 일중독 증세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많은 목회자들이 휴가 기간 동안의 공백에 대한 부담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중형교회 목회자는 “강단이 비는 것에 안심을 할 수가 없다. 부교역자에게 맡기려고 해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교인수가 적은 교회의 목회자일수록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미자립교회의 경우 목사 한 명에게 주어지는 사역의 양과 무게가 워낙 무겁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재정적으로 휴가를 떠나기가 힘든 것이다.

서울 강서구의 한 미자립교회 목회자는 “교회가 작다 보니 정해진 휴가 일수나 기준은 없다. 휴가라는 것도 여유가 있어야 가는데 그동안 상황이 안됐다. 주변 미자립 교회 목회자들을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마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여건을 가진 목회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아이들이 함께 놀러가자고 할 때 마음이 가장 아프다. 며칠 다녀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고 1년에 한두 번 가까운 곳에 당일로 다녀 온다”며 “개인적으로는 운동을 꾸준히 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간혹 외부 집회를 갔을 때 조금 쉬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목회자들의 헌신(?)적인 자세가 한국교회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기는 했으나, 일부 목회자들은 사역의 무게로 인한 강박감으로 인해 병에 걸리거나 심한 경우 과로사를 겪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휴가를 갖지 않는 것을 영적인 자세로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목회자 자신도 목회자이기 이전에 연약하고 제한적인 인간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 중독증은 결국 목회자의 탈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목회자의 건강은 교회의 강건
교회의 중심에는 목회자가 있고 따라서 목회자가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교회의 강건함을 유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목회자가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면서 재충전과 재도약을 시간을 갖는 것은 그래서 반드시 필요하다.

예수님께서도 ‘외딴 곳으로 가서 잠시 쉬도록 하라(막6:31)’고 명령하셨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일을 수행하는 구세주이셨지만 동시에 인간의 육체와 한계를 가지고 계신 분이셨다. 그런 까닭에 예수님은 정기적으로 잠시 물러나 안식하는 시간을 가지시며 식사할 겨를도 없이 분주하게 사역하는 제자들을 향해 말씀하셨다.

목회자도 연약한 사람인지라 하나님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피곤하다 보면 지치는 때가 있다. 그러면 마음도 우울해지고 부정적이 되고 만사가 의욕이 없고 쉽게 낙심하게 되기 쉽다. 이때의 휴식은 새로운 창조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성경을 보면 능력의 종 엘리야도 낙심하여 죽기를 원하던 시간이 있다. 엘리야는 이세벨이 자기를 죽이려 한다는 말을 듣고 혼비백산하여 두려워 그 길로 아라비아 광야로 도망가 로뎀나무 아래 앉아 하나님께 죽기를 간구했다. 기도를 통해 하늘에서 불을 내리고 큰 비를 내리는 등 큰일을 잘 감당하는 능력의 사람이 여자가 두려워 숨게 되고 죽기를 청했던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천사를 보내 떡과 물을 먹이고 피곤이 완전히 풀리기까지 실컷 잠을 자게 한 후에 그를 호렙산으로 초청했다. 하나님은 낙심한 엘리야에게 먼저 휴식을 취하게 한 것이다.

열심히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람의 정서는 쉬는 것과 노는 것을 혼동하여 쉬는 것을 죄악시하여 왔다. 그래서 휴식 문화가 발붙일 틈이 없었다.

‘쉼’이란 어찌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을 바꾸어서 다른 것을 하는 행위이다. 복음을 전하는 사람이 낚시를 하러간다면 같은 종류의 일이지만 이런 경우는 ‘쉼’이다. 운동하는 사람이 책을 읽으면 이것도 ‘쉼’이 된다. ‘쉼’은 필수적이다. 우리에게는 생계를 위한 일이나 목적을 위해 계속하던 일을 접어두고 잠시 다른 일을 하면서 마음에 여유를 가지는 쉼이 필요하다.

목회자의 목회사역은 겉으로는 안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러 모양의 갈등과 긴장, 어려움의 연속이다. 목회자는 목회를 하면서 목회자의 사명감에서도 그렇고 교회성장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을 가지고 사역하고 있다.

목회자들의 건강이 쉽게 나빠지는 이유는 대부분 두 가지라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지나친 과로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이다. 목회자의 삶은 설교를 준비하는 일 하나만으로도 제대로 하려고 할 때 많은 정신적 부담을 가지는데 교회 성장에 대한 심적 부담, 그 외에도 당회운영 및 행정, 인간관리 등 무거운 정신적 짐들이 많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는 비난하기를 즐기는 못 말리는 교인들의 비판을 받고 눈치까지 받기에 목회자도 인간이기에 두렵고 주눅이 들고 낙담하기 쉬운 상황이다. 이것을 무조건 참고 견딘다는 것은 결국은 병으로 발전할 우려가 높다. 그러므로 목회자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목회자의 쉼과 휴가는 자기 개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목회와 교회를 위해 필요한 것이다.

아울러 목회자의 육신은 영혼을 담는 그릇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목회자의 건강관리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휴가 기간 동안 가까운 병원을 찾아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평소 자신의 건강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가 많고, 바쁜 목회활동 속에서 건강검진을 위한 시간을 특별히 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목회자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간 기능에 무리가 많이 오고, 식사시간이 일정하지 못해 위궤양과 위염등 위장병에 많이 걸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이 중요하고 피곤할 때는 반드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휴가를 목회 전환점 계기로
현실적으로 모든 목회자들이 다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사역자가 한명 뿐인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도 없거니와 물질적인 여유도 없고 휴가라는 개인적인 시간을 엄두도 낼 수 없다.

결국 미자립교회 목회자가 쉴 수 없는 이유는 교회가 재정적으로 힘들고 사역적으로 여유가 없기 때문인데 작은교회가 건강해져야 전체 한국교회가 건강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재정적으로 취약한 교회 목회자들을 위해 대형교회가 선교차원의 일환으로 휴가비를 지원해 주거나 개척교회 목사가 휴가를 가는 동안 설교자를 파송하는 방법도 좋은 대체 방안이 될 수 있다.

목회자들에게 있어서도 이제 일하는 것과 쉬는 것의 경계가 분명해져야 한다. 작은 교회이든 큰 교회이든 목회자 스스로가 자기가 일해야 하는 시간에는 태만함이 없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또 쉬어야 할 시간은 분명하게 구별하여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성경적인 것이요 또한 목회자 자신의 건강이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의 배려도 필요하다. 어느 교회든 담임목회자가 한 주일을 쉬었다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일을 포함하여 한 주를 온전히 쉬고 돌아온 후 새로운 열심을 가지고 교회를 섬긴다면, 교회 입장에서도 더 유익할 것이다. 또 목사는 1년에 한 주일쯤 자신이 회중의 입장이 되어 다른 교회의 주일예배에 참석해 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런 기회를 통해 목회나 예배, 설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가능해지며 목회자 자신이 성장하게 된다.
목회자들의 휴식은 더 이상 혼자만의 휴식이 아니다. 영성과 지혜와 함께 목회자가 갖추어야 할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만큼 이번 여름 휴가기간에는 모든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더 이상 망설임 없이 자신의 건강을 체크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이는 새로운 목회의 전환점을 발견하는 계기이자 교회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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