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서 영 목사

광복 71주년, 분단 71년을 맞아 빼앗긴 조국을 다시 찾아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목숨 바쳐 나라를 되찾으려 노력한 우리 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거듭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일본의 무자비한 총칼에도 굴하지 않은 우리 선열들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오늘이 없었기에, 피 흘려 되찾은 이 나라 이 조국이 더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믿음의 선배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가슴이 불타오른다. 사실 3.1독립운동 당시 민족의 대표 33인 중 기독교인은 16명이었다. 이보다 더 당시 무자비한 압제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만세를 부르짖은 이 땅의 아버지, 어머니, 형, 동생, 누나, 오빠, 가난한자, 굶주린 자, 장애인 등 이름 없는 들꽃 같은 교인들이 있었다. 솔직히 타종교보다 월등히 독립운동에 나선 것이 바로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스스로 낮아져 조국을 위해 투철하게 헌신했다. 그들의 애국, 애족의 열기가 활활 타올랐기에 대한민국의 주권이 온전히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기독교는 애국, 애족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개인적인 탐욕과 이기심이 가득한 상태다. 누구보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나서야 할 기독교가 오히려 세상의 눈총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인의 본이 되지 못하고, 각종 사건사고의 주범이 되어 버렸다. 민족을 향한 열정마저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과거 우리 믿음의 선배들이 보여줬던 투철한 헌신을 욕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틈을 타고 안티기독교의 공격이 거세진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과거의 영광은 저 멀리 사라졌고, 한국교회는 성장이 멈춘 것도 모자라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것이 바로 한국교회다.

그런데도 여전히 진보와 보수의 다툼은 지속되고, 교회의 본질을 되찾겠다는 믿음도 부족하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일본제국주의의 압제 속에서는 용기 있게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민족혼을 일깨우고 3.1운동을 이끄는 등 독립운동에도 힘을 쏟은 것처럼,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한국교회가 빛과 소금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분열과 갈등을 멈추고, 화합과 일치로 이 사회, 이 민족을 위해 본을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가 먼저 사회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회가 사드 문제로 진통을 앓고 있을 때 한국교회가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결코 정치적인 이념을 배제하고, 진실을 주장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이 나라, 이 민족에게 득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예언자적인 자세로 갈등극복의 단초를 놓아야 한다.

또한 연일 무력시위를 하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설정에 있어서도 한국교회가 중심점을 잘 잡아야 한다. 광복과 함께 찾아온 분단의 아픔은 여전히 지속형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무력시위는 한민족 통일로 가는 지름길을 차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북한을 윽박지르거나, 막아서라는 것이 아니다. 남한과 북한이 온전히 하나 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한민족 선교에 임하라는 말이다. 더 이상 주변국의 시선에 놀아나지 말고, 주님의 몸된 교회로서 한민족이 진심으로 하나 될 수 있도록 길을 열라는 말이다. 한민족으로서 북한의 동포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간구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민족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여전히 독도를 자신들의 것이라 우기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강력 반발에 나서야 한다. 우리 민족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를 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들이 한시라도 빨리 진정한 마음의 사과를 하도록 앞장서야 한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남북 갈등을 비롯해 이념대립, 빈부격차, 정치대립 등 풀어야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산재된 과제들을 해소하는 것이 어쩌면 진정한 이 나라의 광복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 한국교회가 부끄러운 자화상을 그리지 말고, 회개와 각성을 통해 진심으로 이 나라가 하나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광복 71주년 한국교회가 진정한 독립투사로 거듭나길 간절히 기도한다.

예장합동개혁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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