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태영 목사
고대 이스라엘이 권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내용이 신명기에 담겨 있다(신 17:14-20). 가나안에 정착해서 불가피 주변의 열국처럼 왕을 세울 수밖에 없다면, 왕은 반듯이 하나님의 택하신 자로 세우라고 한다. 다음으로 왕이 지켜야 할 덕목. 일종의 왕도인 셈인데, 첫째, 말을 많이 두지 말라고 한다. 둘째, 아내를 많이 두어서 마음이 미혹되게 하지 말라고 한다. 셋째, 재물을 많이 쌓아두지 말라고 한다. 넷째, 평생 율법책을 곁에 두고 읽고 지켜 행하라고 한다.

왕을 하나님의 택하신 자로 세우라고 한 것은 이스라엘의 이상과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이지만, 왕이 그 본분을 망각했을 때는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기도 하다. 왕으로 하여금 쾌락 탐닉을 금하고, 축재를 금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공동체의 꿈과 이상을 도외시하고 쾌락과 사익만을 추구하는 자가 통치자가 된다면 그 나라는 어지러울 수밖에 없다.

왕이 지켜야 할 덕목으로 말을 많이 두지 말라는 것은 오늘날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말은 두 가지 용도로 요긴했다. 하나는 왕의 의전에 필요했고, 다음은 가장 강력한 병장기였다. 따라서 말을 많이 둔다는 것은 호화로운 의전과 군비경쟁에 올인 한다는 것이다. 왕이 의전과 군비경쟁에 올인 하다 보면 그만큼 백성의 삶은 피폐할 수밖에 없다. 당시 말은 주로 이집트에서 물물교환으로 구했다. 이집트는 말을 제공하는 대가로 이스라엘은 장정을 보내야 했다. 그래서 왕은 말을 구하기 위해 백성을 노예로 팔지 말라고 한 것이다.

왕은 평생 율법 책을 곁에 두고 지키라고 했다. 왕이 신으로 군림하던 시대에 왕으로 하여금 법의 지배를 받도록 한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미개한 나라 지도자들일수록 법을 지키지 않는다. 대한민국 지도자들도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좀도둑을 처벌하는 일은 추상같은데 권력층의 비리와 불법을 처벌하는 일은 여간 어렵지 않다. 이처럼 신명기는 왕도를 통해서 정의로운 세상을 세우려 했다. 대한민국도 그 이상을 헌법에 담고 있다. 최근에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경제민주화’는 만인이 평등하게 살고자 하는 헌법 정신을 살리려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실을 방치하면 가장 중요한 국민 통합에 균열이 가기 때문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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