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보연 교수

최근 우리 사회의 가정 붕괴현상과 사회적 병리 현상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자살율이 늘고 있는가 하면,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버려지는 아이들, 가정 폭력, 청소년 가출도 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다시 건강하지 못한 삶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요즈음 아이들의 폭력성과 이기심이, 그리고 신경증이, 너무 일반적으로 만연되어 있어 걱정스러운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가정의 붕괴 현상은 기독교인 가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많은 기독교 가정이 일반 가정과 마찬가지로 가정 해체와 붕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최근 기독교인에 의해 자행된 사건들만 살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목사이자 모 신학대학의 교수가 자신의 딸을 학대해 살해했는가 하면, 전도사였던 여자가 아버지를 살인하고,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무참하게 살해했다. 이 같은 살인 범죄 모두가 신학을 공부한 기독교인들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교계 전반에서는 이번 일련의 사건들을 뒤돌아보면서 한국교회가 반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오늘 한국교회가 어디에 서 있는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기독교는 생명의 종교이다. 사랑과 용서의 종교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교회 현실을 들여다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생명을 지키고 사랑과 용서를 실천해야 할 기독교인들이 오히려 다툼과 분열을 일삼고 심지어는 고귀한 생명을 가차 없이 희생하는데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흉악해지는 사회 속에서 어둠을 깨치는 빛처럼, 부패한 곳을 정화하는 소금처럼 그 역할을 다해야하는 기독교인들이 오히려 생명을 해치는 주범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는 한국교회 전반에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고, 성공지상주의가 판을 치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생명마저도 도구로 삼는 그릇된 가치관이 독버섯처럼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어난 살인사건들은 한국교회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교회를 찾는 이들을 전혀 치유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며, 한국교회 내에서 생명의 가치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생명의 고귀함을 일깨울 수 있는 교육을 하루빨리 시행해 나가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성공이 아니라 생명을 우선할 수 있는 가치관의 교육, 하나님이 주신 한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는 교육을 주일학교 학생은 물론 모든 교인들에게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럴 때 한국교회가 생명을 보듬는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다.

아울러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현대인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을 품고 가슴으로 보듬어 안아야 할 책임이 교회에 있다. 정신보건기관과의 연계를 넓히고 지역 상담소를 설치하고 기초상담 과정을 교회가 제공해 이들을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성경을 살펴보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에 이르기까지 일맥상통하는 주제는 바로 ‘생명’이다.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시고 거기에 영혼을 불어 넣으셨다는 말씀 속에는 생명의 중요성이 녹아 있다. 또한 죽음을 깨치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의 죽임 당하는 모든 자들에게 부활의 소망을 안겨 주었다. 그래서 기독교를 생명의 종교라 부르는 것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생명을 바르게 이해한다면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그리스도인은 생명을 존귀하게 여기고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자세이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숭고하고 가장 존엄한 생명, 각자에게는 오직 하나뿐인 그리고 한번 뿐인 ‘생명’의 위대함을 새롭게 인식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를 복원하기 위해 우리 기독인들의 삶은 날마다 기도하고, 실천하는 삶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