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갑자기 땅이 움직이고 집이 흔들리면서 사람들은 당황했다. 말로만 듣던, 일본의 불행인줄로만 알았던 지진이 최근 경주에서 발생했다. 전진에 이어 12일 규모 5.8의 본진이 있은 후, 19일에는 규모 4.5을 포함한 수백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지진이 경주-울산 단층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원산-서울-태안 단층도 안심할 수 없다고 한다. 엄청나게 겁이 나고 두려운 현실에서 째려볼 수밖에 없는 한 부처가 있다. 국민안전처다.

기억하건데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보여준 부실한 대응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 의해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안전 총괄기관으로서, 체계적인 재난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안전사고 예방과 재난 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 및 수습체계를 마련”하기 위하여 2014.11.19 정부조직법이 개편되면서 설치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의 안전과 국가적 재난 관리에 선두에 있어야 할 국민안전처는 국민불안처가 되어 그냥 웅크리고 있는 모양새에 울화가 치민다. 안전처가 이번 경주 지진 사태에 어떻게 처신했는지는 이미 언론에 다 밝혀진 터라 구구절절 다시 되뇔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재난구호의 생명력은 시간과 정보력에 있고, 사고예방과 예측 그리고 위기대처능력이 필수적이다. 이것이 다른 부처와 생리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미 일이 터지고 난 다음 이를 수습하는 안전처는 다른 구호기관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정부적 차원의 예측과 지원 그리고 위기관리가 시간과의 다툼에서 빛을 발해야 한다. 그래야 안전처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안전처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과 회의를 갖게 만들었다.

지진대책 선진국 일본과 안전처를 굳이 비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지난 4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 대지진에서 일어난 규모 7.3 강진에 이은 2000여 차례의 여진에 대처하는 일본 정부의 발빠른 움직임은 배울만 했다. 일본의 지진대응매뉴얼은 실전에서 거의 완벽할 정도로 체계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안전처는 예측의 실패, 늦장 예보, 사태 발생 후 무대책 결국 무책임 장식용 부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주 일대에 들어선 원자력 발전소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리가 북한의 목줄을 옭아매고 있는 것도 핵폭탄 때문인데, 만일 원전이 잘못되면 이 땅에서 핵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원자력을 한꺼번에 터트려 무기로 쓰는 것이 원자폭탄이요, 천천히 터트려 그 에너지를 전기로 바꾸어 쓰는 것이 발전소인데, 이것이 지진으로 폭발한다면 상상하기도 싫은 결과와 직면해야만 한다. 이것은 알토란같은 아이들을 팽목항에 묻은 뼈아픈 세월호 사건과는 규모와 질에서 다른 재앙이다. 그래도 세월호 사건이 워낙 뼈아파 이후 온 국민은 피눈물을 뿌리며 재난으로부터의 안전을 염원하며 신설한 부처가 국민안전처다. 다시한번 안전처의 대오각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안전처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가장 근접하여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무엇보다 먼저 국민안전처의 재량권과 지휘권을 확대 강화시켜야 한다. 비상계엄시 계엄 사령관이 모든 권한을 행사하듯이 유사시 안전처가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지자체와 군, 경을 지휘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어야 한다. 명실상부한 중앙정부의 재난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안전처의 역할이 재난 관리 수준에 머물고 통계나 내고 보도자료나 만드는 그런 부서로서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좀더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하고 인력과 장비를 확충하고 교육에 집중하여야 한다. 옛말에 무식한 도깨비 부적 몰라본다는 말이 있다. 무적이 뭔지도 모르는 도깨비가 부적을 무시하다가 죽는 경우를 말한다. 안전처가 그런 무식한 도깨비가 되면 다치고 상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이요 삶이다.

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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