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 안전국가가 아니라는 뉴스를 접했다. 문화유산의 고장인 경주에 규모 5.8 규모의 지진이 강타한 데 이어 불과 1주일 만에 또 4.5규모의 지진이 났다. 이 지진으로 인해 경주뿐 아니라, 주변 지역까지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흔들림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건물도 곳곳에 금이 가가나 파괴되는 등 지진여파가 심한 상태다. 여진은 수백차례 계속되고 있으며, 더 큰 강진이 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번 지진으로 시민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을 때 국가안전처의 늦장대응에 있다.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처해야할 기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난문자를 보낸 것은 지진이 발생한지 수분이나 지난 후였다. 말 그대로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셈이다. 여기에 홈페이지마저 마비가 되어 그 어떠한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지진처럼 강력한 천재지변은 단 몇 분의 시간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에 따라 생명을 지키고 말고가 결정된다. 다행히 이번에는 큰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자칫 제2의 세월호와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 어떠한 핑계나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진 때에도 어김없이 문제는 곳곳에서 발생했다. 몇몇 학교에서는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고3학생들에게 대피를 지시하기보다, 오히려 교실에 남아 계속해서 공부할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어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제2의 세월호 사건이 될까 두려워 학생들을 귀가시켰다가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생명보다 귀한 게 어디 있다고, 그 순간에도 공부하라고 다그친 모습은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등 수많은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인명사고가 났음에도 아무런 것도 변한 것이 없고, 제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다. 특히 누구보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야할 기관이 믿음을 주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단순한 업무태만이 아니다.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도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얼마나 더 많은 국민들이 아파해야, 얼마나 많은 부모와 자식이 가슴에 멍에를 지어야 바뀔지 되묻고 싶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인해 국민들은 가뜩이나 불신으로 가득한 국가에 대한 믿음이 더욱 깨져버렸다. 그러면서 다시 찾아올지도 모르는 강진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럴 때 일수록 국가는 국민들에게 믿음으로 보답해야 한다. 실수는 한번이면 족하다. 실수를 본으로 삼아 국민들 생명 하나하나가 상하지 않도록 주력해야 한다. 지진으로 불안에 빠진 국민들 모두에게 하나님의 보우하심으로 안전이 깃들길 기도한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