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원 목사
인정하기는 싫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치약도 마음 놓고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한 듯하다. 국내 유명 화장품 제조업체가 만든 치약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 성분이 검출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렇게 회수된 제품이 모두 11개다.

뉴스에 보도된 사진을 보니 우리 주변에 흔하게 쓰고 있는 치약들이다. 심지어 며칠 전 마트에 들러 구입한 물품도 있다.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들어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이 치약 11개 제품에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함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성분이 무서운 것은 코나 입으로 흡입하면 폐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고,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다.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만 봐도 얼마나 무서운 성분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정부는 기준치만 준수하면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뭐 정부의 발표니 믿어도 되겠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만 보면 이마저도 온전히 믿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치약은 우리의 삶과 완전히 밀착한 제품이다. 하루에도 몇 번을 이용하는 제품이다. 그것도 입 안에 그대로 묻을 수 있는 환경이고, 아무리 물로 씻어 낸다고 해도 잔유물이 남을 것이 뻔하다. 그런데도 물로 행구면 괜찮다는 입장만으로 무마시킨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더욱 화가 나는 것이다.

긴급하게 11개 제품을 회수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닥쳐서 고개를 숙여 사죄를 한다고 그냥 넘길 것이 아니다. 단순히 제품에 대한 환불과 교환으로 덮어두기에는 너무 사안이 심각하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여전히 돈놀이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누가 국가를 믿고 따른단 말인가.

우리는 앞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그랬고, 세월호 사태도 그랬다는 것을 안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아무런 죄 없는 국민들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시간이 흐르면 또다시 반복되는 인재들을 보면 답답할 지경이다. 이번일도 마찬가지다. 무섭고도 무서운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면, 이번에는 철저한 관리와 감독으로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터지지 않도록 막았어야 했다. 꼭 일이 터지고 나서야 뒷북을 치는 것은 한번으로 족하다.

이번 치약 사건으로 인해 정부는 관련 제품 전부를 회수하고,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그리고 치약 뿐 아니라 삶에 연관된 각종 생활필수품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모습을 이번 기회에 꼭 보여주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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