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평생을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헌신한 한국교회의 원로들은 오늘의 현실이 당신들께서 일구어낸 가시나무열매인 것을 인정하고, 그 어느 쪽에 속하여 기득권을 바라거나 해서는 안된다. 더 나아가 한쪽 편들기를 거부하고, 한국기독교가 하나 될 수 있도록 진정성 있게 격려하며 사무엘처럼 거룩한 무릎의 지도력을 생산해 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저해하며 연합을 파행으로 치닫게 한 것은 지나치게 속화(俗化)된 정치화로 한계를 무너트린 결과이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 주도권 쟁탈과 자리에 집착하는 소영웅주의 때문이라고 나름 진단한다.

명예욕에 사로잡힌 자들의 시대착오적 전횡과 성직자로서의 비윤리적인 행태, 세속에 부리를 둔 교권적 권위주의. 자본주의 맘몬(Mammon)에게 사로잡힌 물신주의(物神主義)가 한국교회를 속화를 가속시키고, 교회연합단체를 분열시킨 원인이었음을 전제한다면 기독교연합단체는 보편적 신학적 정통성을 기반으로 한국교회를 어우르며, 도덕적 갱신과 복음적 목양기관으로 신뢰를 쌓아야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음이 분명하다.
연합단체의 수장이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윤리와 질서의식, 성직자로서의 한계를 가차 없이 무너트리고, 교권을 유지하기 위해 연합체 안에 편당을 만들고, 소수의 이익과 군림을 위해 저속한 싸움들을 계속하므로 뜻 있는 지도자들이 연합단체를 가까이하지 않으려하거나, 버리고 떠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연합은 한국교회만이 아니라 신불신(信不信) 간에 온 국민이 존경하고, 국가와 대 사회에 대하여 교훈할 수 있는 높은 가치와 윤리를 기반으로 하는 지도자를 옹립하고, 겸손하여 섬기는 원로원의 지도자들 같은 신뢰와 숭앙(崇仰)의 연합체로 세워지기를 기도하며 기대한다.

한국교회를 위해 한교연과 한기총,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가 되는 것은 오늘 한국기독교가 처한 시대상황 하에서 절체절명(絶體絶命)하도록 절박한 일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우 편향(羽偏向)되어 기독교가 일본의 보수우익의 야마구치의 사람들 같아져서는 안된다. 한국교회의 새로운 연합은 한국교회 대다수를 대변하는 복음주의적이며, 온건한 중도적인 자세를 갖는 연합기구이기를 기대한다.

한국교회의 단일 연합단체가 되기 위해 양 연합기관의 관계자들이 기존기관 안에 뱀처럼 간교하게 또와리를 틀고 있는 이단들을 분쇄하고, 기득권과 자기만의 주장을 내려놓고, 하나가 되는 길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그리고 그동안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저해요인인 교권중심의 대 교단 패권 및 이기주의, 기득권을 담보로 한 당파성과 폐쇄성을 훼파할 수 있는 제도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양대 연합단체는 분열 이전부터 제기되어온 법과 제도들의 문제점과 나누어진 이후 상이하게 된 직제 등을 통일시키기 위한 연구기구를 공동으로 발족하여 연구하게 해야 할 것이다.

일부는 무책임하고, 성급하게도 [선통합 후 수습]을 말하는 이도 있다. 일면 쉬어보이기도 하나 이는 결코 하나로 가는 길이 아니며, 하나 된 이후의 핵분열 또는 다시는 손쓸 수도 없는 분열을 예견한다. 이는 예언자가 아니라도 진단하는 일은 결코 어렵지 않다.

한국교회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골목에 섰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성급하지 않으면서도 실천 가능한 일부터 하나씩 준비해가면 하나님이 원하시는 하나의 한국교회를 어우르는 연합기관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여기서 철저히 경계해야 할 일이 자기 이름을 내고자 하는 성과주의와 조급함이다.

기독교 연합기관의 하나 됨의 당위성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도 남으나 그에 못지않은 두려움과 염려도 있다. 인간이 하나가 될 때마다 벌이는 것은 하나님을 대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일당(一黨)은 아무리 훌륭해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일당(一黨)은 곧 부패요, 그가 하나님 노릇을 하려는 시도는 역사에 있어 오히려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이 두려움과 염려를 불식할 수 있는 제도와 법의 정비가 선행되어야 한다.(최선일 수는 있어도 완전할 수 없음도 안다)

한국 기독교 연합기관이 하나 됨으로 한국교회의 정체성과 공동체성이 회복되고, 조국과 대사회를 향한 섬김이 깊어지고, 신불신 간에 신뢰가 회복되고, 기대가 살아나 복음이 뜨겁게 전파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일들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가시밭 같고, 자갈밭 같은 열악한 상황에도 묵묵히 순종하며 맡은바 그 자리에서 신실하게 사역하시는 목회자들과 연합기관의 사역자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

의왕중앙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