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 병 환 FC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하지 않으면 강력한 행정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정치권도 자살보험금 특별법을 만들겠다며 보험사에 압박을 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ING생명과 동부생명 등 9개 보험사는 지급을 결정했지만,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등 6개 보험사는 여전히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이야기하는 자살보험금이란 정확하게 표현하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입니다. 처음 뉴스를 접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살보험금이란 표현 때문에 일반사망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위 사건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재해사망 보험금으로, 일반사망 보험금은 이미 지급됐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15년 전인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01년 동아생명(현재 KDB생명)은 일반 사망보험금과 별도로 재해로 사망할 경우 주계약의 2~3배를 추가 지급하는 특약을 선보였습니다. 이때 보험사의 부주의로 ‘가입 후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일반사망보험 지급 약관을 재해사망특약 지급 약관에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약관을 다른 보험사들이 그대로 베껴 사용함으로써 2001년부터 2010년 3월까지 판매된 282만 건의 특약 상품 약관에 위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보험사들은 실수를 깨닫고 2010년 4월 뒤늦게 위 내용을 삭제했지만, 해당 특약의 가입자 일부가 지급을 요청하며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재해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자살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특약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후 소비자들이 그래도 약관대로 지급해야 한다며 청구 소송을 걸면서 법정공방이 시작됐습니다.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사이 미지급 보험금은 2천억 원을 넘겼습니다.

기나긴 법정 공방은 올해 5월 대법원이 자살도 약관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며 일단락된 듯 했습니다. 하지만 보험사측이 재해사망특약의 청구권 소멸시효인 2년이 지났다며 다시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이번에 대법원이 지급 거절이 정당하다고 판단함에 따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가입 당시 보험사가 약속한 약관은 중간에 변경될 수 없으며, 어떠한 오류가 있더라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2008년 이전에는 골절 수술의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 ‘치아 파절은 제외한다’는 문장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로 인해 그 이전에 보험에 가입한 일부 소비자들은 임플란트를 할 때마다 80만 원에서 16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하고 있습니다. 또 삼성생명 ‘여성시대건강보험’의 경우, 100만 원 미만으로 수술비가 줄어든 요실금 수술에 여전히 500만 원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가입 당시의 약관은 보험사가 인수되더라도,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 글자 하나 바꿀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험금 청구 전에 항상 약관을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약관을 분실하였다면 각 보험사 홈페이지의 공시실, 또는 요청을 통해 언제든 다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가입된 보험의 지급이 부당하게 거절되었다고 생각하신다면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재무설계사·문의 010-7173-7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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