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가을밤을 수놓았던 장로교 정기총회가 일제히 마무리됐다. 10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로운 100년을 향한 첫발을 내딛는 총회였던 만큼,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많이 다뤄졌다. 또 교단 간 통합도 곳곳에서 이뤄졌고, 반대로 갈라진 교단들이 서로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기도 했다. 모 교단은 이단문제로 곤욕을 치렀고, 사상 초유로 목사부총회장 후보 없이 현장에서 제3의 후보를 내세워 임원선거에 돌입한 교단도 있었다. 말 그대로 각양각색의 내용들로 가득한 총회였다. 이에 본지는 총회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이지만,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들을 모아 총회 낙수로 엮었다.

◆지금은 100세 시대=예장 합동 총회에서는 무려 9개 노회에서 목사 정년을 연장하자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관심도 컸다. 하지만 총회 현장에서 총대들은 거칠게 반발했다. 정치부는 연구위원 5명을 선정해 연구하자고 제안까지 했으나, 대다수의 총대들은 “만 70세 결의안으로 바꾼 지 얼마나 됐느냐”면서 결사반대. 더욱이 “후배들의 앞길까지 막고, 사회적 비판까지 들으면서 정년을 연장할 필요성은 글쎄”라는 반응으로 목사 정년 연장안은 결국 기각됐다.

◆마이너스 90억(?)-3억 더 지원해 달라=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예장 합동 납골당 사태. 총회가 지원하고 있는 1억 5000만원 기금 외에 일반 관리비(사무비, 인건비 등)로 3억원을 더 지원해 달라는 요청에 “납골당 손실액이 서류상 90억원에 이르고, 손실을 끼친 사람들에 대한 제대로 된 시벌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청원은…”. 가만히 있었으면 중간이라도 갔는데, 오히려 은급재단에 대한 불신만을 재차 확인한 셈.

◆면직하라=예장 합동 총회가 열린 충현교회 앞마당에서는 두 명의 목회자의 면직을 촉구하는 시위가 있었다. 주인공은 오정현 목사와 전병욱 목사. 사랑의교회갱신공동체와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이들의 면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총회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총회 현장에서는 전병욱 목사 관련 재판 건에 대해 우여곡절 끝에 기각 판결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거수로 투표를 진행했으나 합산에 있어 수가 맞지 않아 몇 차례 거수투표를 진행하기도.

◆뛰어 내리겠다=예장 합동 총회가 열린 첫날 임원선거 직전. 2층에서 한 관계자가 박무용 목사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이를 저지하는 흠석위원(?)들에게 “뛰어 내리겠다”며, 윽박도 질렀으나, 이내 뜻대로 하지는 못해. 순간 우당탕 소리가 나서 아찔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으나,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박무용 목사의 표정은 평온 그 자체.

◆주차장을 방불케 하네=예장 합동 총회가 열린 충현교회를 둘러친 도로는 저마다 가져온 총대들의 차로 꽉 막혀. 이에 지나가는 지역 주민들이 “이건 주차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차들이 많다”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더욱이 검은색 세단의 차들이 많아 마치 조직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사적인 문제니까 대답할 필요 없어=예장 합동 김선규 신임 총회장 기자회견서 교단 관계 언론사인 D사의 모 주필이 “김 총회장의 성과 관련한 의혹이 총대들과 교단에 떠돌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해명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당사자는 함구하고, 김 총회장의 측근이 “사적인 문제니까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오히려 의혹만 증폭.

◆신사참배 가결 회개합니다=예장 통합 총회에서는 총회 2일째 증경총회장단이 ‘증경 총회장들의 말씀’을 통해 “신사참배를 가결하고 세속적인 금권과 교권, 하나님 앞에 영광을 돌리지 못하고 사회의 비난과 비판을 받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 모든 잘못이 증경총회장인 우리들의 잘못이라는 죄책감을 금할 수 없어 하나님과 교회 앞에 회개한다”고 외쳤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총회 4일째 회무 시작 전 총회장 이성희 목사와 총대 이름으로 죄책고백 담은 ‘우리의 고백과 결단’ 발표해. 여기서 이들은 “지존하신 하나님의 명예를 실추시킨 불충한 삶을 고백하며 참회한다”, “교회의 거룩성을 훼손하고 사회적 신뢰도를 추락시킨 잘못을 고백하며 참회한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깨어 기도하지 않고 우리가 민족교회로 바로 서지 않고 우리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임을 고백하며 우리의 죄악을 참회한다”고 회개해. 이를 두고 “진작 잘 좀 하지”란 반응도.

◆폐기함이 마땅하오=예장 통합 총회 직전부터 뜨거운 감자였던 이단사면에 관한 사안이 총회 현장에서도 뜨겁게 다뤄졌다. 결과적으로는 “이단 사면은 이단전문가들이 신중하게 연구한 결과를 근거로 단행해야 하는데, 이번 이단 사면은 절차를 제대로 밟지도 않고 목회 현장의 정서도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하기로 결의. 총회 현장에서는 사면위의 보고를 폐기했으나, 이미 한국교회에 공개적으로 “사면한다”고 외친 마당에 앞으로 불어올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

◆교단 크기 따라가는 회의록=각 교단 총회가 일제히 열린 가운데, 총회 현장을 눈코뜰새 없이 누빈 기자들. 그들의 어깨에 각 언론사들의 탑기사가 달렸는데, 정작 현장에서 누빈 기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 것은 바로 두터운 총회 회의록. 특히 통합과 기장, 합동 등 내로라하는 교단들의 회의록은 웬만한 국영사전은 저리가라 할 정도. 모 기자는 “총회 회의록도 교단 크기에 따라 무게가 정해진다”고 불평하면서도 해마다 모은 총회 회의록이 사무실 책장을 가득 메운다고.

◆한신대 관련 헌의안 ‘봇물’=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신대 사태. 총회 현장에 올라온 헌의안만 무려 31개. ‘학교법인 한신학원 발전방안 마련을 위한 한신학원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은 허락. 다만 특별위원회 명칭을 ‘한신대학교 개혁발전특별위원회’로 수정하고, 위원회 구성은 목사부총회장, 총회총무,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장, 한신대 총장, 총회장이 위촉하는 전문가 2인, 한신학원 이사장이 위촉하는 전문가 1인, 총회 공천 2인 등 9인과 노회 대표 1인씩 총 26명으로 하고 법제부로 넘겨 처리키로. ‘학교법인 한신학원 이사회 이사와 감사 자진 총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헌의의 건’과 ‘한신대학교에 대한 행정, 재정 외부 감사 청구 결의 헌의의 건’은 허락.
반면 ‘한신대 총장 선출 결의 무효와 총장 서리 자진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헌의의 건’은 기각. 특히 ‘한신대 제7대 총장 인준의 건’이 부결. 총장 인준 부결되면서 진통은 여전할 듯. 한신대 학생들은 총회 장소 바깥에서 강성영 총장 서리 인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양성평등의 길은 멀고도 험해(?)=한국교회 교단 중 가장 진보적이고 양성평등을 실천한다는 평을 듣는 기장. 그럼에도 양성평등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것을 재확인. ‘양성평등위원회를 성정의위원회로 명칭 변경 헌의의 건’ ‘교단 총회 여성총대 참여비율 증대를 위한 헌의의 건’ ‘상임위, 특별위에 여성 2명 이상 공천 할당을 위한 헌의의 건’, ‘여성 장로 30% 선출에 대한 의무화 헌의의 건’ 모두 기각. 다만 ‘여성 교역자 출산과 양육 보장을 위한 헌의의 건’만 간신히 통과돼 여성 총대들은 울상.

◆사드 배치를 환영(?)한다고=예장 대신 총회에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환영한다는 선언문을 채택해 논란.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을 환영하며, 온갖 유언비어와 왜곡된 정보로 국론 분열이 일어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국가의 안보와 안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북한의 핵 포기 없이는 사드 배치 철회도 있어서는 안 되며, 국민 화합을 이루는 일에 앞장서 헌신하는 총회가 되겠다”는 내용.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찬반 논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장로교 교단이, 그것도 총회 현장에서 굳이 ‘사드 배치 환영’ 선언문을 채택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

◆특별사면 불똥이 사무총장에=예장 통합 총회 현장에서 이홍정 사무총장이 연임에 실패. 총대들은 “사면 문제로 총회 위상이 많이 약화됐다. 사무총장이 총회장을 잘 보조해야 했는데 제대로 못했다”며 사무총장 책임론을 제기. 직전 총회장 채영남 목사가 “사면 문제로 사무총장 연임 문제까지 가는 것이 정말 안타깝다. 사무총장 잘못이 없다. 있다면 총회장이 있는 것이다. 총회장 저 하나 죽는 것으로 족하다”며 총대들에게 읍소했으나 역부족. 투표로 가부를 물은 결과 사무총장 연임안 부결. 특별 사면을 둘러싼 불똥이 결국 사무총장에게까지 튄 셈. 신임 사무총장은 101회 총회 임원회에서 선임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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