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신 목사

각 교단 총회가 마무리됐다. 교단 현안에 대해 총대들이 모여 토론을 벌이고 교단의 주요 현안들을 논의했다. 각 교단의 총회 현장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지만 무엇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여성’에 대한 인식이다.

올해 총회에는 많은 교단에서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한 안건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쉽게도 대다수가 부결되었다. 여성에 대한 교회의 인식 변화가 쉽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야말로 철옹성 같은 높은 벽이다.

통합 총회에서는 ‘여성총대 할당제’ 도입이 올해도 무산됐다. 총대들은 전국 66개 노회에 최소한 목사나 장로 등 여성 총대 1명씩을 파송해달라는 청원안을 부결하고 여성위원회에서 1년 더 연구토록 했다. 현재 예장통합 교단의 총대 1500명 중 여성은 1.6% 정도다. 노회마다 1명씩 파송할 경우, 4.4% 수준이 된다. 여성위원회를 상설화해달라는 헌의안도 부결됐다. 이번 총회에는 24명의 여성 총대가 참석했다. 여성목사 안수가 허락된 지 20년 만인 2014년과 지난해 각각 16명씩을 기록한 후 가장 많은 수다.

고신 총회는 올해 신대원을 졸업한 여학생들에게 강도사에 준하는 권도사 자격을 부여하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지난해 여성 안수(장로 및 권사)안을 부결한 것과 그대로 연장선상이다.

대신 총회는 여성 목회자가 20%에 육박하지만 여성 총대는 한 명도 없다. 이번 총회에서 기존의 여목회자연합회를 총회장 직속기구인 특별위원회로 신설해달라는 안건이 올라왔지만 그마저 부결됐다.

그나마 진보적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기장 총회에서도 양성평등위원회가 헌의한 여성총대 참여비율 증대 안건을 부결시켰다. 총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여성위원을 2명 이상 배치하는 안건 역시 부결시켰다.

사회의 각 영역에서 여성의 비중과 역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음에도 교회에선 여전히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회에는 가부장적인 요소들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여성목회자의 경우, 교회에서 맡고 있는 영역은 대부분 유치부와 어린이부, 새 교우 관리, 심방이나 봉사부, 친교부, 여신도회 담당 등 한정적인 일과 보조적인 역할로 고정되어 있다. 설교와 교회의 선교정책이나 목회 방향을 기획하거나, 행정과 재정 등 중요한 자리에는 대부분이 남성 목회자들 일색이다.

따라서 교회는 여성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을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이 변화되어야 하며, 이는 기득권이라 할 수 있는 남성 목회자와 교인들이 변해야 함을 의미한다. 한국교회가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이루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살아갈 때 정의와 생명이 넘치는 교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예장 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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