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한국교회에 있어서 종교개혁 500주년은 기념에만 그치기에는 구석구석 개혁되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단순하게 종교개혁을 기념일 정도로 여겨 행사를 열어서는 답이 없을 정도다. 이미 마이너스 성장은 계속해서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위기에 처했고, 이를 지켜보는 사회적 눈총도 차갑기 그지없다. 한 때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한국교회가 백화점 교회로 전락했다. 오직 성경과 말씀으로 가득할 곳이 세상적인 물질로 가득해져 차마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둔 499주년을 맞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첫발은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두 무릎을 꿇고 기도해 주의 종으로써 모습을 되찾는데 있다.
사실 한국교회가 작금의 위기에 처한 것은 전적으로 목회자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보다 모범을 보이고, 누구보다 낮은 자로서 섬김을 보였어야 하는 목회자가 도리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윤리적으로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 돈에 목을 매어 나눔과 섬김에는 뒷전이고, 빚을 지어서라도 웅장한 예배당을 짓는데 혈안이 되고, 폭력을 맘대로 휘두르는 등 부끄럽지만 연일 보도되는 뉴스 속 목회자의 천태만상은 이를 뒷받침한다. 단순히 몇몇 목회자의 문제로 확대해석하지 말라는 주장으로 무마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
때문에 목회자들이 스스로가 쌓은 권력과 재물의 성에서 깨어지고 넘어지고 쓰러져 온전히 주의 종으로 거듭나야 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스스로 쌓아올린 권력의 성에서 벗어나 가장 낮은 자로서 한 명의 영혼이라도 더 구원해야 겠다는 믿음으로 전진해야 한다.
개교회 목회자들의 노력과 함께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과 교단, 단체들의 개혁에 있다. 솔직히 한국교회가 손가락질을 받는 데에는 일부 목회자들의 비윤리적인 행태에도 있지만,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지고, 이합집산으로 물든 연합기관과 교단, 단체에 있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무려 300개가 넘는 교단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 여기에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기치를 내건 연합기관의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다. 그중에서 가장 큰 연합기관이라는 한기총, 한교연, 교회협, 교단장회의 등도 분열과 갈등으로 언제 또 아메바식 분열을 자행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부끄러운 자화상을 찢어버리지 않고, 고이 간직하는 모양새다. 하나된다는 명분으로 또다른 분열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고 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이런 모습인데, 누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교회가 소외된 우리 이웃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그들 위에서 군림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발을 닦아 주겠다는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성장을 위한 예산보다, 나눔을 위한 예산을 더 책정해 이 땅에 주님의 몸된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 겉모습이 휘황찬란한 대형교회가 아닌, 속이 알찬 큰 교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세 유럽교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한국교회가 이 땅의 푯대로서 온전히 서가는 유일한 길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바라보는 한국교회가 본질을 회복하고, 이 땅의 가장 낮은 자로서 섬길 때 비로소 하나님이 보시기에 기뻐하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장 한영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