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다윗은 하나님의 주신 권세와 행복과 평안을 육체의 정욕이 악용하도록 방심한 나머지 간음죄와 살인죄라는 무서운 죄를 범한 후 10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삼하11:27). 그 동안 다윗은 참회의 심정으로 읊은 시편 34편을 보면 몰골이 수척해질 정도로 고뇌하며, 자기 생애 가장 처절하고도 비감(悲感)한 날을 보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사울에게 그러했듯이 하나님께서 자기도 영영히 버리시지 않을까 하는 지독한 공포와 불안으로 밤낮 시달렸던 것도 알 게 한다.

드디어 하나님께서 선지자 나단을 통해 다윗을 찾아오셨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었다. 다윗이 최악의 상태에서 하나님이 손만 내밀면 금방 잡을 수 있는 때, 불의의 씨인 아이가 태어나서 더 이상 변명을 늘어놓을 수 없는 때, 이 때가 다윗이 진심으로 회개할 수 있는 때인 것을 아시고, 일 년 가까이 묵묵히 하나님은 기다려 주셨던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하고 깨달아야 할 진리를 발견한다.

하나님은 죄를 범한 다윗에게 계속해서 긍휼을 베푸시고, 계시다는 사실이다. 나단은 세례 요한과 매우 대조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고 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세례요한이 헤롯왕의 면전에 질타함으로써 단도직입적으로 회개를 촉구한 반면 나단은 평소에 왕과 의견을 교환하던 그 분위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비유를 통해 다윗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깨달을 수 있도록 심리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정욕에 이끌려 범한 죄가 우리의 영혼과 인격과 삶에 얼마나 치명적인 해(害)를 주는가를 아는 일이다.

자신은 남의 아내를 빼앗고도 멀쩡하면서 양 한 마리 빼앗은 자에게는 사형을 언도하고, 자신은 여인을 손에 넣기 위해 그 남편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의도적으로 최고의 전장(戰場)에 내보내어 죽게 했으면서 양을 빼앗은 사람에게는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고 격분하고, 자신은 남의 가정을 파괴한 대가를 지불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면서 양을 빼앗은 부자에게는 4배를 배상하라고 격노한다.

그토록 영안이 밝았던 다윗이 자기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있는 먼지를 보고 분노하고, 얼굴을 붉히는 위선자로 변해 버린 두렵고 심각한 죄 가운데 빠졌다.

또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배우는 것이다.

다윗은 바로 ‘당신이 그 사람이오!’라는 선지자의 조용하고 나직한 한마디 앞에 완전히 거꾸러졌다. 다윗은 선지자 나단의 말을 들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누더기처럼 가리고 있던 모든 위선의 옷들이 다 벗겨지고, 그 치부가 그대로 노출되는 무서운 말씀의 위력을 체험하고 있다(히4:12). 말씀의 메스(MES) 앞에서 다윗은 이제 더 이상 위선자가 될 수 없었다. 더 이상 양심의 가책을 적당하게 덮어 둔 채로 가위눌리며 몸부림하면서도 태연한척 할 수가 없었다.

다윗은 위선이나 임시방편의 것이 아니라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돌파구를 찾았다.

다윗은 이 과정에서 보편적인 말씀을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째는 책망을 듣는 단계다. 다윗은 ‘나단이 다윗에게 이르되 당신이 그 사람이라’는 책망 앞에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하나님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징으로 강력한 반응이다.

주님의 추상같은 책망 앞에서 사울처럼 변명하거나 꾀를 찾는 저항력이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스스로 무장해제를 당한다.

두 번째는 회개의 반응이 나타나는 단계다.

하나님의 책망을 들은 다윗은 "내가 여호와께 죄를 범하였노라" 자기 죄를 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께 어린아이처럼 매달리며 용서를 구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오히려 수배자로 숨어 살면서 전전긍긍하던 사람이 체포당하고서 홀가분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제 하나님께 속죄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주의 긍휼을 힘입게 되었다. 이것이 죄를 고백한 자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요, 자유다.

이제는 사죄의 선언을 듣는 단계에 이른다.

드디어 하나님은 다윗을 용서하시고, 나단을 통해 선언하신다. "여호와께서도 당신의 죄를 사하셨나니" 하나님이 죽을죄라도 용서하신다는 놀라운 선포를 다윗이 체험하는 순간이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체험이 가능하기 위해 시시때때마다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도 다윗처럼 책망 받고, 회개하고, 사죄 받는 복을 체험하는 생동하는 신앙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을 믿는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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