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과거 우리나라는 출산억제정책의 일환으로 정관수술을 받도록 했다. 예비군훈련장에서 정관수술을 받을 사람을 뽑아 훈련을 면죄해 주고, 수술을 받은 이들에게 아파트분양 우선권도 줬다. 한마디로 정관수술은 출산억제정책의 상징이었다.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확 바뀌었다. 12년전 정관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혜택을 없앴다. 오히려 아이를 많이 낳은 가정에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제는 다자녀여야만 아파트에 빨리 입주할 수 있으며, 공교육에 있어서도 많은 혜택을 받는다. 또한 출산휴가도 남자와 여자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 젊은이들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아이를 낳고 싶어도 못 낳는다.

한마디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것이다. 보장되지 않는 아이의 미래, 더 안 좋은 상황을 아이에게 물려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확실하게 임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 확실한 정관수술을 하겠다는 것이다. 오늘 젊은이들 사이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중에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오늘 우리사회의 ‘인구 역피라미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청년층의 만혼과 출산연기 및 포기다. 결혼과 출산을 미룰수록 초산 연령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실질적인 가임기간이 단축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1993년 초산연령이 26.2살이었다면, 지난해에는 31.2살로 높아졌다. 출산율은 1.65명에서 1.24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멀지 않아 1명이 2명의 어르신을 보살피는 시대가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아이를 기피하는 것은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인 부담 때문이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아이의 미래를 부모가 보장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결혼-내집갖기-출산-자녀교육으로 이어지는 단계마다 비용이 날로 커지고 있다. 오늘 많은 젊은이들은 취업을 비롯한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 이를 ‘삼포’라고 한다. 한마디로 오늘 20-30대 젊은이들에게 고용, 소득, 주거 등 경제적 기반이 취약해, 결혼과 출산을 포기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청년세대에게 고용 및 주거안정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적으로 젊은이들은 아이를 갖기 싫어서 출산을 기피하는 것이 아니다.

임신을 하면 그때부터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부모가 됐는데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자신과 아이를 위해서 좋다는 것이다. 자녀 하나를 둔 부모 80%가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기 위해 피임을 한다. 하나만 낳아 잘 키워 보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현재와 미래의 불안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행복과 기쁨을 빼앗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우리사회가 심해지는 출산 양극화와 고용‧소득‧주거 불안,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20-30대, 갈수록 커지는 희망 자녀 수 간극, 소득 불평등 완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것이 충족될 때 출산율이 높아진다.

정부가 저출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아이를 낳고, 못 낳는 사회‧경제적 요인을 제거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청년의 가족 형성과 출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등 노동시장으로의 안정적 이행 가능성을 높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일부교회와 사회단체, 기업 등에서 출산가정을 격려하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은 심화되고 있는 저출산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출산은 기쁨이며,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인지하자.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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