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원 목사

최순실 사태로 온 국민이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국가의 이미지는 곤두박질 쳤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국민들은 일손도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만큼 최순실 사태는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사건 중에 사건이다. 그렇게 믿고 따랐던 국가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이 한명의 ‘아녀자’에게 휘둘렸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공분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국민들은 길거리에 직접 나서 시위를 벌이고 최순실씨의 엄중한 수사 및 처벌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 퇴진’까지 촉구하고 있다. 한 때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 ‘탄핵’과 ‘하야’가 상위권에 오르내리는 등 말 그대로 국가가 혼란 그자체이다. 검찰에서는 최씨에게 직권남용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지만, 마치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와 향후 지켜볼 일이다. 어디가 끝인지 모르는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이다.

패닉상태는 한국교회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저마다 성명과 시국선언 등을 내놓고 현 사태에 대해 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씨의 아버지인 최태민씨가 ‘목사’냐 아니냐가 이슈가 된 만큼, 한국교회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물론 한국교회에서는 ‘목사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지만, 각종 언론 보도에 최태민씨가 과거 예장 종합총회에서 안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한국교회의 이미지도 상당히 훼손된 상태다. 그럼에도 이를 부인하고 있는 모습은 어찌 보면 과거 기독십자군에 참석해 총검술과 사격 훈련, 작전술 등을 이수했던 모습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오해라도 받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대한민국 서열 3위라는 오명까지 쓰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긴 박 대통령을 향한 한국교회의 과잉 충성이다. 잘못을 했으면 잘못을 했다고 분명하게 말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는 것이 수순이다. 하지만 일부 진보측을 제외하고는 박 대통령을 향한 따끔한 충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여전히 박 대통령 감싸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력한 ‘퇴진촉구’까지는 아니더라도 잘잘못을 따지고, 국민 앞에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자 이유다. 그것이 이 나라 이 민족을 살리는 길이다. 그런데 왜 당사자인 한국교회가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는 지 모를 일이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간신이 아닌 충신으로 이 나라, 이 민족의 등대가 되어야 한다. 좌절과 실망감으로 주저앉은 국민들이 온전히 일어설 수 있도록 그들의 상한 영혼을 보듬어야 한다. 최순실 사태가 하루라도 빨리 국민들이 납득할 정도로 책임을 물어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독교국제선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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