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순임 목사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져 있다. 장기적 경기침체로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국론분열마저 우려되고 있다. 국민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촛불시위에 동참하고 있으며, 최순실씨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박근혜 대통령 퇴진까지 외치고 있다.

한 나라의 최고통치권자가 사이비로 불리며 영세교 교주 행세를 한 개인에게 휘둘리고, 그것도 모자라 그 딸에게 사로잡혀 국가적 망신을 좌초한데,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것이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이 사상 유례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 가운데 최씨의 아버지인 최태민 목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교회를 향한 지적의 목소리마저 높다. 과거 최태민 목사가 세운 구국선교단에서 창설한 기독십자군(구국십자군)에 한국 보수교계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교계 지도자들이다. 심지어 기독십자군에 참석해 총검술과 사격 훈련, 작전술 등을 이수했다. 무당이라 불리는 사람의 놀음에 한국교회가 함께 춤을 춘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저 ‘반공’이라는 핑계로 무마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작금의 한국교회는 최태민 목사가 정신 신학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목사’가 아니라면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과거 함께했던 모습을 보면, 말과 행동이 전혀 일치되지 않는 모순이다. 이는 곧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의 수위를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고쳐나가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런 뒤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핑크빛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이 땅의 어머니들은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아리랑고개를 넘었다. 그들은 무명옷고름 입에 물고, 검은 치마 휘날리며, 목이 터지도록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분단극복의 현장에서 희생과 사랑의 심성조차도 인정받지 못해도 기꺼이 헌신했다. 선교 130년 역사 속에서 한국교회 부흥의 밑거름이 됐다.

드러나지 않아도 대한민국의 역사 속에서 깨어난 민족의 어머니들의 희생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이 땅의 어머니, 기독 여성들의 고난은 저 밑바닥에서 민족의 역사를 이어갔고, 민족의 삶을 지탱해 주는 뿌리였다. 한민족의 어머니, 역사의 어머니, 고난당하는 사람들의 어머니였다.

따라서 최순실 게이트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한국교회가 먼저 회개하고, 기독 여성들이 나라와 민족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무릎 꿇고 간절히 기도했던 모습을 재현해야 한다. 3.1만세 운동 때 비록 가녀린 몸이지만 누구보다 앞장서 대한독립 만세를 울부짖고, 6.25전쟁 이후 폐허 속에 있는 나라의 재건을 위해서 눈물로 통곡기도를 했던 우리 어머니들을 닮아야 한다. 온갖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이름도 빛도 없이 오직 나라와 민족 구원만을 소망했던 이 땅의 어머니들의 길을 따라가야 한다.

이 땅의 기독 여성들이 맨발로 나서 비통에 잠긴 대한민국이 난국을 뚫고 헤쳐 나가달라고 울부짖을 때이다. 민족의 어머니, 민족의 에스더들이 혼란에 빠진 이 나라가 온전히 설 수 있도록 스스로 희생과 헌신을 보일 때이다. 가만히 앉아서 방관만 하지 말고, 진정 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직언을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예장 열린총회 초대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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