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바 울 목사

대한민국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패닉상태에 빠진 가운데, 주말 또다시 민심의 불꽃이 전국에서 타올랐다. 주최측 232만 1000명(경찰추산 42만 9000명)이 거리로 나와 이 나라 최고 통치자를 향해 “물러가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이제는 그 숫자가 무의미할 정도로, 민심은 돌아선 듯하다. 그동안 ‘국민 대통합’을 그렇게 떠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민 대통합’은 “대통령은 물러가라”는 집회에서 이뤄지게 됐다. 촘촘히 치켜든 촛불, 오와 열이 맞는 행렬, 폭력 없는 평화집회, 쓰레기 없는 집회 현장 등등 이 모든 것들 앞에서 국민들은 하나가 됐다.

국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현재로서는 탄핵 이후 급변하게 돌아갈 정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이미 민심의 횃불을 지켜본 상태라,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민심의 횃불이 국회를 향해 있다는 섬뜩한 경고마저 들었기에 이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제 식물 상태에 있는 국정을 여야 모두 한마음으로 정상화 시키려는 노력만 하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모두는 서로의 당리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그들은 이번 6차례의 평화집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이다. 민심을 잃어버린 국가는 동력을 잃어버린 배와 같다. 망망대해에서 앞으로 전진 할 수 없는 것이다. 눈앞에 닥친 큰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파도도 부셔버리는 동력이 필요하고, 선장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여야는 이를 새겨들어 표류하고 있는 대한민국호가 거세 파도를 넘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도록 서로 힘을 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심이 요구하는 가장 기본 사항이며, 정체되어 있는 이 나라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국민이 하나가 되고, 정치인들이 하나가 되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종교인들이다. 타종교는 차치하고, 기독교인들이 하나가 되어야 할 때이다. 사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국교회는 설왕설래하는 모습만 보였다. 국민들의 촛불이 불타오를 때에도 진보와 보수는 서로 입장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누구보다 바른 소리, 옳은 소리, 곧은 소리를 내야할 한국교회가 여전히 눈치를 보며, 입에 발린 소리만 했다.

더욱이 이번 사태에 지대한 영향을 준 최태민 목사를 두고, “목사가 맞다”, “목사가 아니다”만 외쳤다. 최태민 목사가 안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간 뒤에는 “정식 신학과정을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철저하게 한국교회와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물론 한국교회로서는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가 썩 내키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핵심은 최태민 목사가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당시 한국교회가 어떤 행동을 보였느냐이다. 이미 여러 보도를 통해서 나왔듯이 소위 내로라하는 지도자들이 최태민 목사의 구국선교단에 동참을 하지 않았는가.

한국교회는 이제 과거의 잘못에 대해 냉철하게 속죄하고 회개해야 한다. 더 이상 시기가 늦춰진다면 한 번 돌아선 신뢰를 되돌릴 수 없다. 그 방법은 간단한다. 한국교회가 스스로 하나가 되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오직 하나님 말씀대로,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야 한다.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현실에 대해 뼈를 깎는 각오로 회개하고, 진정 하나가 되어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아갈 때 비로소 한국교회는 온전히 설 수 있다. 그것은 바른 대통령을 바라는 민심이자, 교회다운 교회를 바라는 사회의 입장이다.

한국교회가 이제는 회개와 각성의 횃불을 높이 들고, 이 나라, 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나아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예장호헌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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