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절은 성탄절까지의 4주간을 말한다. 11월 27일 주일로부터 시작된 올해 대림절은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이다. 2000년 전 유대 땅과 근동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핍박과 기근 속에서 예수의 탄생을 목마르게 기다렸다. 그들이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렸던 그 마음과 몸가짐으로 우리도 성탄절을 기다려야 한다.

종교학대사전에 따르면 대림절은 예수의 탄생과 다시 올 것, 즉 재림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구약시대에 성도들은 메시아, 곧 그리스도께서 오시기를 기다렸고, 신약시대에는 극심한 박해 가운데서도 주님이 다시 오실 날을 기다렸다. 따라서 대림절은 성도들에게 기다림의 신앙을 다시 점검하는 절기라고 볼 수 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면서 내 안에 어둠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성찰하고 참회하는 것이 핵심인 것이다.

해마다 교회들은 대림절 첫 주부터 넷째 주까지 매주 하나씩 차례로 네 개의 촛불을 켜며 매주일 새롭게 주님을 기다리는 의미를 기념하게 된다. 첫 번째 촛불은 ‘감사’를, 두 번째는 ‘참회’를, 세 번째는 ‘평화’를, 그리고 네 번째 촛불은 ‘희망’의 의미를 담아낸다.

촛불은 자기를 태워 주위의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밝힌다. 자기를 태우는 희생이 없으면 어둠을 몰아낼 수 없다. 요즘 주말마다 전국에서 모인 수 백만 명의 시민들이 저마다 촛불을 드는 이유도 불의와 거짓을 몰아내고 진리와 공의를 세우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올해 대림절에 특별히 불의와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에 촛불을 밝히는 저 무수한 함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

모 여당 국회의원이 “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진다”고 조소 섞인 말을 뱉은 이후로 촛불은 횃불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작은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이 되어 온 세상을 집어삼킬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던 여당 의원들마저 새누리당 현수막이 갈갈이 찢겨나가고 당사에 날계란 투척을 당하고 나서야 탄핵 찬성으로 돌아서는 판국이다.

촛불은 나를 태우고 불의와 거짓을 태운다. 역사상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서울 한복판에 결집한 적이 있었던가. 종북좌파들이 보수정권 전복을 목적으로 조직적으로 시위를 주도한다는 말이 무성했으나 합세하는 시민은 점점 더 늘어나고 함성은 커지는데도 비폭력 평화 시위는 더 질서정연한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도 분노한 민심이 청와대 앞 100미터까지 몰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연행된 사람이 한사람도 없을 정도로 집회는 평화적으로 치러졌다. 청와대가 권력을 방패삼아 지켜온 마지막 금기선마저 깨진 데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화’를 무기 삼아 민주주의 회복을 외친 국민들 앞에 법원도, 경찰도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지난 6주간 타오른 촛불은 최순실과 국정 최고책임자 박 대통령이 한 몸이 돼 국정을 농단한 전대미문의 국치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빼앗긴 주권을 회복하려는 온 국민의 혁명적 외침이다.

주님은 이 세상에 오셔서 세상 권력에 밀착한 불의와 불법, 불평등과 싸우시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작은 자들의 친구가 되셨다. 불의 앞에 침묵해 온 한국교회 앞에 오늘 우리나라가 겪는 아픔이 더 깊은 성찰과 각성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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